▲겉그림입니다.아리랑나라
<6> 참 삶을 담아서 말하고 일할 수 있어야
1989년에 <우리 글 바로쓰기, 한길사>를 펴낸 이오덕 선생님은 이 책을 3권까지 내셨고 <우리 문장 쓰기, 한길사>를 내는 한편 <이오덕 글 이야기, 산하> <어린이를 살리는 글쓰기, 우리교육> <우리말로 살려놓은 민주주의, 지식산업사> 같은 책도 써서 어린이들이 우리말과 글을 어릴 적부터 제대로 느끼고 배울 수 있기를 바라셨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우리 말 살려쓰기, 아리랑나라(2004)>가 나왔어요.
이런 여러 가지 책들은 이 나라에서 우리 말을 바르게 쓰자는 움직임이 옅은 한편, 일본 말법과 말투와 번역 말투를 다른 생각 없이 마구 쓰던 모습을 바로잡고 옳은 길로 가도록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못 다한 일이 많고,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다른 선생님들 책도 괜찮고 이오덕 선생님 책도 괜찮습니다. 앞에서 죽 든 "알뜰한 속살을 담은 책"을 즐기는 한편, 이런 말 이야기책도 즐겨 보면 좋겠어요.
…우리 글자를 쓰는 신문에서 우리말을 쓰지 않으니까, "한글만 쓰는 신문은 읽기 힘들다", "한문글자를 안 쓰면 안 된다",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쳐야 한다"는 따위 주장이 나오고, 그런 주장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찬성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글 바로쓰기(2),한길사(1992)> 114쪽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는 다른 매체보다는 말이 쉬운 편입니다. 그래도 기사를 읽다 보면 어려운 말이 툭툭 튀어나와요. 그런 어려운 말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쉬운 말, 보통사람들도 다 아는 말로 '훌륭하고 아름다운 생각과 좋은 이야기'를 담아낸다면 참 좋지 않을까요? '한글만 쓰기(한글전용)'니 '한자 섞어 쓰기(한자혼용)'니를 외치기에 앞서, 쉬우면서도 살갑고 알뜰한 말 문화를 우리 스스로 가꾸어야지 싶습니다.
…글이란 것이 다른 것이 아니고 바로 먹고 일하고 놀고 공부하는 것, 곧 삶을 쓰는 것입니다. 삶을 떠난 글은 아무 뜻도 없고, 속임수입니다.… <우리 말 살려쓰기(하나),아리랑나라(2004)> 22쪽
말과 글이 어려운 까닭은 자기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말하려는 속뜻을 감추거나 속이기 때문입니다. 말로 권력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런 모든 것을 버리고, "어른들이 우리말을 잘못 쓰니까 아이들도 따라서 잘못 쓴다<같은 책 184쪽>" 같은 말을 잘 헤아리면 좋겠어요. 우리가 참으로 나아갈 길, 말과 글을 바르게 쓰는 까닭, 쉽고 깨끗한 말이 우리 삶을 가꾸고 우리 몸과 마음까지도 깨끗하게 씻어 주는 일을 찬찬히 살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947년에 첫판을 내고 1955년에 고침판을 낸 <글자의 혁명> 겉그림입니다.정음사
<7> 한글날 하루를 넘어서
한글날 하루만 기리는 일보다는, 한글날까지 1년 삼백예순닷새를 아름답고 알차게 말하고 글 쓰는 일이 중요합니다. 여느 때에는 말을 엉터리나 엉망으로 하다가 한글날 하루만 반짝한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고 좋아지겠어요?
말을 바르게 하는 동안 우리 마음도 바르게 가꿀 수 있습니다. 번지르르한 말 껍데기만 세우지 않고 말 속살을 살찌운다면 우리 속마음을 알뜰히 살찌울 수 있습니다. 외솔 최현배 선생님이 1947년에 펴낸 <글자의 혁명,정음사>이란 책에 나온 글귀를 하나 들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말과 글이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떠난다면, 이는 한갓 무의미한 소리와 먹줄에 지나지 아니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말과 글 그것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과 느낌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다. 비유하건대, 말과 글은 그릇이나 기차이요, 생각과 느낌은 그 그릇이나 기차에 담고 실어 나르는 재물과 같다. 만약, 그릇과 기차만 있고, 그것에 담고 실을 재물이 없다면, 그 그릇과 기차가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될 것인가?
조선의 과거의 교육은 마치 그릇이나 기차를 만들기에 일생을 허비해 버리는 형식 교육, 꺼풀 교육이어서, 그 그릇에 담을 음식물, 기차로 실어 나를 물화를 돌아보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속살 없는 꺼풀 교육을 받은 우리 조선 사람은 농, 공, 상, 어, 등 각종 산업에 관한 실제적 지식과 기술은 가지지 못하고, 다만 글과 말이나 아는 유의유식의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러하고야, 어찌 한 집안의 사생활이나 한 나라의 공생활이 잘되어 갈 수가 있을소냐? …<41쪽>
| | | 기사에서 소개한 책들 | | | | 1.버려진 조선의 처녀들 /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엮음 / 아름다운세상(2004.2.24) / 8000원 2.파우스트의 선택 / 박병상 지음 / 녹색평론사(2004.8.30) / 8000원 3.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 노암 촘스키 지음 / 김보경 옮김 / 한울(1996.1.20) / 9000원 4.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 /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지음 / 권영주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2004.10.5) / 22000원 5.할매 나도 이제 어른이 된 거 같다 / 이승희 엮음 / 굴렁쇠(2000.3.17) / 6500원 6.우리 글 바로쓰기(2) / 이오덕 지음 / 한길사(1992.3.30) / 11000원 7.우리 말 살려쓰기(하나) / 이오덕 지음 / 아리랑나라(2004.8.25) / 12000원 | | | | |
버려진 조선의 처녀들 - 훈 할머니 편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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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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