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랜드의 바다사자 조련사인 박은주씨이선이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조련사 박은주(25)씨는 바다사자에게 줄 생선을 손질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바다사자는 입맛이 까다롭기 때문에 가장 싱싱한 고등어를 골라 내장과 껍질을 없애고, 잘게 썰어두어야 한다. 공연하는 틈틈이 먹이를 던져주어야 놈들도 흥이 나서 '예술혼'을 발휘한다.
"공대에 들어갔는데 적성이 안 맞아서 힘들었어요. 신문에서 조련사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이거다 싶어 지원했죠.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거든요."
퍼시픽랜드는 돌고래와 바다사자, 원숭이 쇼를 공연하는 곳으로 제주에서 빠지지 않는 관광 코스이다. 여름 휴가철에는 한 회 공연에 2천 명까지 몰리기도 한다.
은주씨는 수습 시절부터 지금까지 바다사자 조련을 맡고 있다. "돌고래가 제일 귀여운 줄 아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하다"는 은주씨는 정작 바다사자가 모두 몇 마리냐는 질문에 얼른 대답하지 못한다. 손가락을 꼽으며 "보배, 잠보, 왕눈이, 다정이…" 헤아리고 나서야 "8마리네요" 대답한다. 눈을 반짝이며 "왕눈이는 도도하고, 보배는 어리광이 많고, 잠보는 눈치가 9단이고…"하는 식으로 자신의 '아이들'을 소개하는 은주씨에게, 바다사자는 단순한 공연용 동물이 아니다.
퍼시픽랜드는 성수기에는 하루 다섯 차례, 평소에는 하루 네 차례 공연을 선보인다. 은주씨를 포함해 여성 조련사들은 쇼 아나운서까지 겸하는데, 공연 내용을 소개하고 관객의 반응을 유도하는 역할이다. 뜨거운 조명 밑에 서서 한 시간 내내 큰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공연을 마치고 나면 탈진 상태가 된다. 어떤 때는 원숭이가 관객석으로 뛰어나가거나, 바다사자가 시큰둥하게 딴청을 부려 진땀을 빼기도 한다.
요즘은 추석 성수기라 하루에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퍼시픽랜드를 찾는다. 평소 같았으면 "우리 친구들이 여러분을 위해 멋진 재롱을 준비했습니다. 박수로 맞아주세요"라며 무대를 열었을 은주씨는, 그 대신 정문에서 커다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제가 여성 조련사 중에서 제일 고참인데, 지금 기본급이 61만원이에요. 시간외 수당까지 포함해도 이것, 저것 다 떼고 나면 실제로 가져가는 돈은 70만원 정도구요. 최저 임금에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