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기관은 폐품처리소가 아닙니다

마음과 정성을 담아서 나눠야 참된 나눔

등록 2004.09.10 06:42수정 2004.09.1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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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기관은 시민들의 온정과 사랑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다보니 개인, 기업 할 것 없이 각계 각층의 기부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땐 현금 기부보다는 생산품이나 유통과정에서 쌓인 재고품을 기증하는 사례가 많다.

후원하는 물품도 꽤 다양해 조리용 양념, 배추, 냉동 식자재, 책상, 컴퓨터, 장난감 등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물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바로 이런 자연스러운 나눔이 사회복지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기관의 종사자들은 가끔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기부자의 전화를 받고 후원물품을 수령하러 가보면 누가 보더라도 쓸 수 없을 것 같은 물품을 내어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때론 분류가 되지 않은 엄청난 양의 물품을 받아와 직접 쓸 수 있는 것과 쓸 수 없는 것을 분류해야할 경우도 있다.

사회복지사들은 “이런 경우에는 실망에 앞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이 옵니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이들이 느끼는 혼란은 다름 아니라 기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없다는 데 있다.

식자재의 경우는 혹시 상하지는 않았는지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조리된 것을 먹어봐 확인한다. 되도록 최상의 것을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후원은 쓸모없는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필요한 것을 나누는 행위입니다.”

많은 후원자들은 ‘내가 갖고 싶은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것, 나에게 소중한 것’을 나눈다. 나의 이웃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복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복지선진국들도 지금의 복지제도를 만들기까지 수많은 갈등을 겪었다.

얼마 되지 않는 사회복지예산에 이렇다 할 복지정책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시민들의 후원이야말로 복지사회로 가는 초석이다. 마음과 정성을 담아야 참된 나눔이다.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인 사회복지, 많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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