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여성부의 여성 차별에 분노한다

복지부와 여성부간의 '콘돔 딜레마'에 관한 기사를 보고

등록 2004.09.01 14:48수정 2004.09.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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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와 여성부간의 '콘돔 딜레마'에 관한 <문화일보>의 기사는 우리 나라의 여성부가 얼마나 엘리트 의식으로 가득찬 집단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보건복지부의 콘돔 배포가 성매매를 암묵적으로 인정한다며 반발하고 나선 여성부를 보면서 기자는 몇 년 전 있었던 공창제 논란을 떠올렸다. 2001년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의 주장으로 시작되었던 이 논란은 여성계의 거센 반발로 흐지부지 되었다.

문제는 공창제 논란에 대한 여성계의 반대가 아니라 그 이후였다. 3년이 지난 지금 윤락 여성들의 인권은 조금도 향상되지 않았고 인터넷의 발달로 오히려 성매매는 더욱 활발해졌다. 여성부는 '공창제 반대'에 모든 기력을 쏟아 부었는지 논란이 사라진 이후 윤락 문제에 대해 어떤 치열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안주하며 보낸 3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윤락여성들이 어떤 구원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착취·유린 당하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왔다. 어떤 다른 영역보다 성차별이 가장 심하고 정말 시급한 문제가 성매매 문제임에도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한 채 '법대로'만을 외치며 성차별 문제에 있어 '응급환자'인 그들을 방치해 왔다.

나는 분노한다. 수십 수백 만의 윤락 관련 여성들을 누구보다도 우선 보호해야할 여성부가 원칙만을 내새우며 '콘돔 배포'를 반대하는 그들의 허위 의식에 분노한다. 다른 이들은 반대하더라도 여성부가 해야 할 일임에도, 윤락 여성은 무조건 사라지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반대하는 사실에 분노한다.

물론 집창제는 폐지되어야 하고 성매매는 금지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계획을 위해 현재의 윤락여성들을 계속 방치하는 것은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여성부의 이러한 태도는 고학력 부유층인 엘리트 여성들이 저학력 빈곤층 여성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또 다른 차별이다.

수많은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존하는 법적 사회적인 성차별을 위해 여성부는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단지 중상류층의 여성들을 위해 존재하는 여성부는 아무 필요가 없다. 그런 개선이야 여성부 없이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여성부는 책상 앞에 앉아 원칙론이나 되새김질 하며 쉬운 일이나 하는 여성부가 아니다.

다른 부서에서 정말로 하기 힘든 일들, 여성에 대한 애정이나 성차별에 대한 문제 의식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을 위해 여성부가 필요한 것이다.

여성부가 치열한 문제 의식을 갖고 소외층 여성들을 위해 진정한 한발짝이라도 더 나가길 바란다. 여성부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면 그들을 위함이 첫 번째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조차 없는 부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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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글쓰기 분야 [주장]분야. 자신있는 글쓰기 분야 [수필]. 가입이유는 내 주장을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말하면서 검증받고 답답한 현실을 토로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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