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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엘료 소설 독자는 멍청이?
파울로 코엘료 자신도 브라질 문단으로부터 당한 모멸에 대해 깊은 원한을 갖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이토록 대단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평론가들에게 신경을 쓰냐"는 질문을 받고, "그 동안 내 소설에 대해 비난한 글들을 모두 모아 놓고 있으며 언젠가 공개적인 평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를 향한 공격은 참을 수 있지만 가장 마음 아픈 건 내 소설을 읽는 독자들더러 멍청이라고 부른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1947년에 브라질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코엘료는 일찍부터 문학가를 지망했다. 젊은 시절에는 극단 활동을 하고 히피 문화에 심취했으며 요절한 천재 록 가수 하울 쎄이샤스를 위해 노래말을 썼다. 그가 가사를 쓴 노래들은 지금도 브라질 젊은이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널리 불려지고 끊임없이 리메이크 음반이 나오는 명곡들로 남아 있다.
70년대에는 군사독재정권을 비판하는 풍자 만화를 출간했다가 경찰에 끌려가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1979년에 화가인 크리스티나를 만나 결혼했다. 1999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국가 훈장인 레종 도뇌르를 받았고, 2001년에는 독일의 권위 있는 상 '밤비 2001'을 수상하기도 했다.
'책 한 권 읽어본 적 없는' 대중들의 마음을 아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은 평범하고 쉬운 언어를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대답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제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브라질의 지식인들은 그를 경시했고 대중은 그를 숭앙한다.
<연금술사>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정체성을 발견하고 자신과 세계와의 조화를 이루라고 충고하는 신비주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11분> 역시, 이제 너무 샅샅이 파헤쳐져서 신비라고는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은 몸의 욕망, 섹스의 쾌락을 통해 영성에 이를 수 있다는 열망을 역설한다.
코엘료의 소설을 두고 문학성을 논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그의 소설의 위대함은 그 자신이 말한 것처럼, "단 한 번도 서점에 들어가 본 적 없고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본 적 없는" 수많은 브라질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사서 읽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아마도 '코엘료 신드롬'의 정체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고 세상을 설명하는 지식과 정보는 넘쳐나지만 갈수록 삶의 공허함과 무가치함 때문에 가슴에 뚫린 구멍을 허전해 하는 사람들이 간절히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통찰과 지혜로움일 것이다.
연금술사 (리커버 한정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2018
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문학동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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