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정통무협 단장기(斷腸記)- 3 회

등록 2004.08.12 08:20수정 2004.08.1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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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른 방법은 없다.)

그는 온 내력을 중단전으로 끌어 올렸다. 그의 두 손이 하얀 백색으로 변해가며 투명한 빛을 띠었다.


구섬분천.
아홉줄기의 섬광이 하늘을 가른다는 장법의 신화경이 그것이었다.
(..........!)

그는 마지막처럼 막내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염무에게 이번 생사결에 끼어들지 말라는 의미였다. 생사고락을 같이한 염무가 그 뜻을 모를리 없었다.

“대형 !”

염무는 당황했다. 하지만 대형의 눈빛은 단호했다. 이미 쳐든 장절의 장심(掌心)엔 동전만한 주사빛 반점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염무가 더 말하기 전에 하구연의 신형은 빛살처럼 자청을 향해 쏘아나가고 있었다.

동시에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백색의 운무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며 쏘아 나오는 아홉 개의 기이한 빛줄기가 허공 속에서 엉켜들며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아름답다고 하여야 하나, 요사스럽다고 하여야 하나?

거암이라도 가루로 만들듯한 폭풍 뒤에 방향이 어디일지, 언제 폭사될지 모르는 아홉 개의 강기의 위력은 장절이라는 최고수의 모든 것이 녹아있었다.


슈우우우-----!

자청이라는 청년의 움직임이 일기도 전에 한쪽 귀퉁이가 부서진 마차에 몸을 기대고 있던 시비차림의 여자 입에서 뾰쪽한 비명이 퍼져 나갔다.

“조심해요!”

왜! 왜 내가 갑자기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냈을까?

그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를 본 것은 십여일 전이었다. 분명 억지라고 할 수도 있는 표물을 만물표국에 맡기고 난 뒤의 일이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지만 뚜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가 아는 한 사람과 같은 기질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그녀는 그를 처음 보았고 그의 음울하고도 기이한 그의 기질에 마음이 아팠다.

사실 그는 표물을 운송하는 대주(隊主)도 아니었고, 조장(組長)도 아닌 그저 일반 보표무사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그의 기질은 기이하게도 열흘 동안 그녀의 시선을 채우고 있었다.

물주로서 표물의 운송대와 함께하는 열흘 동안 그녀는 기껏해야 삼류무사나 겨우 이길 것 같은 창법으로 창을 휘두르는 그를 볼 때마다 안타까왔다.

그럼에도 그가 만물표국을 떠난지 사흘 후부터 집요하게 따라붙는 추적자들의 공격에서도 자신의 몸을 지키고 있다는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추적자를 따돌리기 위한 여분의 마차 네 대와 팔십여명에 이르는 표국의 보표들이 떠나 열흘만에 이곳엔 겨우 칠팔명 정도 남았다. 구할이 되는 인원이 죽거나 생사여부를 알 수 없는 가운데에 그는 살아 있는 것이다.

분명 그녀가 본 그의 자질은 어설픈 창을 휘두를만한 인재가 아니었다. 만약 그에게 명문가의 비기를 습득시킨다면 충분히 이름을 날리고도 남을 인물이었다.

그래서 안타까웠는데….

“하---아--!”

그녀는 탄식을 흘렸다. 그를 모른 것이다. 몰라도 한참 모른 것이다.
풍운삼절(風雲三絶)이 누군가? 중원에서 풍운삼절을 무시할 인물이나 방파가 있었던가?

없었다. 풍운삼절은 무공에서 뿐 아니라 인품에서도 단연코 다섯손가락 안에 꼽기를 주저하지 않을 인물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왜 자신을 잡으러 왔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잡으러왔고 그들은 명성에 걸맞게 손속에 사정을 두어 살수를 쓰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곳에 쓰러져 있는 다섯명의 보표들도 단지 기절시켰을 뿐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름없는 보표무사에 의해 검절이 죽고, 도절은 중상을 입었다.

아마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그녀가 어디에 가서 말을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더욱 믿지 못할 광경에 넋을 잃었다.

장절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기이한 빛줄기는 한눈에 보기에도 모든 것을 가르고 산산히 부셔뜨리는 가공할 강기의 일종이었다. 방향을 알 수 없고, 파공음도 삼켜버린 아홉줄기의 강기는 스쳐지나가는 땅거죽을 마구 파헤쳐버리고 주위의 공기까지 산산히 흩어버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검을 중단에 세운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뾰쪽한 비명을 질렀을게다.

저러한 강기와 맞닥뜨린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저 강기에는 무엇이든 파괴해 버리는 강맹하고도 날카로움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파다다닥----!

강기는 자청이란 청년의 전신을 할퀴고 지나갔다. 피가 튀었다. 마치 모세혈관이 일시에 터져 피안개가 뿜어 나오듯 그의 전신에서 핏방울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자청이란 청년의 검은 기이한 사선을 그으며 눈부실 정도의 빛을 뿜어내며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검은 보이지 않았다. 암천(暗天)을 가르는 유성(流星)의 빛이 저러할까? 마지막까지 타오르며 사라져가는 유성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주위의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그에 따라 요사스럽게 보이던 아홉줄기의 빛줄기가 허공에서 허리띠를 자른 것처럼 마디마디 갈라지고 있었다.

“우---욱--!”

낮은 신음과 함께 검은 덩어리 하나가 허공에 떠올랐다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녀의 눈에 장절의 오른팔이 어깨부터 잘려나가 피분수가 솟구치는게 보였다.

(저럴수는 없어...!)

그녀는 지금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절의 몸이 고목이 넘어가듯 무너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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