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가계대출 꿈도 못꿔요"

서민경제와 생계형 가계대출을 알아 본다

등록 2004.07.29 17:19수정 2004.07.2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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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친분이 있는, 용인에서 화장품 가계를 운영하는 40대 초반의 이모 여인과 마주 앉았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 끝에 요즘 장사는 어떠냐는 질문을 했다. 그녀는 우선 한숨부터 길게 내 쉰다.


"내가 이 장사 10년째인데, 세상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예요. 아무리 장사가 안 되는 해에도 최하 하루 20만원 매출은 됐는데, 올해는 봄부터 계속 떨어지더니 6월부터는 많아야 하루 10만원이예요.

매출 10만원이면 남는 이익이 3만원인데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장사를 해도 겨우 90만원이예요. 여기서 한달 월세 80만원에다 관리비며, 전기세 내고 나면 한 푼도 안 남아요"

한풀이 하듯 쏟아내던 그녀의 눈가에 어느새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그녀의 큰딸은 올해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그동안 다니던 학원마저 끊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느냐는 미련한 질문에 6개월을 버티기 힘들다며 고개를 숙인다.

일반 서민이나 자영업자가 받을 수 있는 생계형 가계대출을 알아보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신용대출은 꿈도 꿀 수 없다. 가장 손쉽고 금리가 적은 것이 은행에서 서비스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용인시 마평동의 25평짜리 아파트 시세가 평균 9천만원이다.


은행에서 이 아파트를 담보로 상담한 결과 놀랍게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0원으로 나왔다.

어떻게 이런 계산이 나오는지 알아보자. 정부는 얼마 전 투기 억제를 위하여 담보인정비율(LVT)를 40%로 대폭 인하하였다. 9천만원짜리 아파트에 담보인정비율 40%를 적용하면 우선 36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소액임차보증금(소액임차인 보호법에 의한 최우선변제를 위한)으로 방 1개당 1200만원씩 총 3600만원을 공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하나도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전세를 주지 않고 본인이 직접 거주하고 있다 하더라도 방 1개분만 제외되어 소액임차보증금 2400만원을 공제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1200만원이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아파트를 장만할 때 이미 어느 정도의 주택구입자금을 대출받는다. 결국은 아무리 발버둥쳐야 서민이 제도금융권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서울 강남과 용인의 주택담보 대출 비교
서울 강남과 용인의 주택담보 대출 비교안동희
여기서 강남의 같은 평수 아파트를 담보로 해서는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비교해 보았다. 위의 표를 보자. 기준에 있어서, 서울 강남과 용인은 투기지역으로 지정 받아 담보인정비율은 40%로 동일하다. 소액임차보증금은 다소 차이가 있다. 서울 강남은 방 1개당 1600만원데 비하여 용인 지역은 1200만원으로 다소 낮게 책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3억1200만원'과 '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첫째 같은 평수의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9억과 9천만원이라는 시세차이가 있다. 이것은 실투기에 의한 지역적 편차므로 인정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담보인정비율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대 80%까지 인정을 받았지만 투기예상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40%로 떨어졌다. 용인에 동백지구 등 투기 예상 지역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체 지역을 한데 묶다 보니 투기와는 상관이 없는 기존의 다른 지역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용인만의 문제점은 아닐 것이다.

서민을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은행 창구 상담원들조차 이런 불합리한 부분 때문에 상호신용금고 등 금리가 훨씬 놓은 제도권 밖의 제2금융권을 찾아보라 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어렵사리 마련한 주택을 헐값에 매각하던가 해서라도 버텨야 할 형편인 것이다.

자! 다시 화장품 가계로 돌아가 보자. 그녀는 올해만 어떻게 버티면 어느 정도 좋아지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저축한 돈이 많지 않은 다음에야 생계를 위해서는 가계 보증금이라도 빼야 할 형편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서민들의 경제활동을 돌아보고 있다. 특히 여당은 17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민생현장정치를 펼치겠다고 약속하였다.

얼마 전 국회 재정경제상임위원들이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하여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였다. 이제 서민경제가 얼마나 피폐되어 있는지 충분히 인지하였을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조속히 시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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