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는 이제 그만"... 슬로푸드 운동을 아십니까?

패스트푸드의 대안은 슬로푸드

등록 2004.06.16 09:14수정 2004.06.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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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동질성연구회(회장 경기대 이영수 교수)'는 지난 11일 합정동 교수신문사에 모여 여주대 신대식 교수가 발표한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발표된 원고와 토론 내용을 가지고 패스트푸드(Fast Food 규격음식 또는 대중음식)의 대명사격인 맥도날드에 대항하는 슬로푸드 운동(Slow Food 전통음식 또는 가족음식)에 대하여 알아본다.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전하면서 식품 분야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 음식이 패스트푸드다. 패스트푸드는 음식의 정본화(표준화)를 말한다.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회사가 다국적 식품 기업인 맥도날드.

현대인들은 복잡한 제조과정 때문에 전통음식을 기피하고 시간이 절약되는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는 여러 가지 부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

패스트푸드가 나쁜 이유

첫째, 패스트푸드는 음식 만드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모든 과정이 기계화되어 있다. 패스트푸드는 세계를 겨냥하여 음식을 대량생산화하고 시장개척을 위해 각국에 체인점을 형성한다. 즉 다국적 식품회사가 대중음식을 주도하게 된다. 그리하여 '맛의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맛의 노예화'가 촉발된다.

획일적인 입맛은 인간의 개별성(개체)과 다양한 사고를 말살한다. 이는 획일화된 인류가 탄생될 우려를 갖게 한다. 또한 '맛의 세계화'는 다국적 기업에 자본을 집중시켜 빈부의 격차를 부채질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본력이 약한 나라는 식량안보에 위협을 받게 되고 다국적 식품기업의 영향력에 따라 우리의 경제정책이 휘둘릴 우려가 있다.


둘째, 맥도날드는 전 세계 모든 식품 기업의 모델이 되고 있다. 한국에도 이를 모방한 롯데리아, 맥시칸 치킨과 인스턴트 라면이 등장하여 맛의 표준화에 박차를 더해가고 있다. 식료품 가게의 다국적화와 체인점화는 음식의 대량생산을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기계 음식물의 대량생산은 자원 낭비를 유발한다. 즉 예상 판매량을 산정하여 전 세계에 음식물 재료를 공급하였다가 팔리지 않을 때는 유통기한을 철저히 지킨다는 명분으로 음식물 재료를 모두 폐기하게 된다. 그것은 사료로도 사용될 수 없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로 전량 남게 되어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심각하게 된다.


또한 이윤추구를 위하여 각종 조미료와 기업의 노하우를 개발하여 맛을 조작하기 때문에 전 인류가 특정기업의 음식 맛에 중독되고 노예가 된다. 패스트푸드는 높은 칼로리를 유지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맛의 중독화와 함께 비정상적인 영양공급으로 이를 먹는 사람들의 신체비대화를 초래하여 국민건강을 위협한다.

셋째, 토속적, 전통적 맛과 향 등 맛의 고유성이 파괴됨으로써 음식을 통해 나타나는 각 지역의 다양한 인간문화들이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인간문화의 다양성이야말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내용을 풍부하게 꾸며주는 바탕이 된다.

맛의 획일화가 이루어지면 독특한 음식의 맛과 향을 통해서 즐길 수 있는 삶의 행복권이 박탈되고 인류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성이 사라진다. 그리고 패스트푸드의 확산은 인간을 '패스트라이프(fast life: 빠른 생활)'화하여 빠른 생활과 일의 효율성만을 따져 낭만적이고 인문주의적 인간의 정서를 파괴하게 된다.

스피드푸드가 '패스트라이프'에 영향을 준 것 중의 하나가 롤러코스터, 롤러블레이드, 인라인 등 놀이문화의 스피드화다.

이 결과 스피드화된 놀이기구를 통해 성장한 청소년들은 인문주의적 정서가 메말라가고 자본축적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하여 물질적 풍요만을 즐기려는 비인간화로 가게 된다.

또 맥도날드 원리는 의료기관, 각급 학교, 각종 기업, 여행사업 등 인간화를 지향해야할 다른 산업과 직업분야에까지 무차별로 영향을 미쳐 비인간화를 확대시켜 나간다. 인격보다는 능력의 강조, 제품의 질보다는 양이 강조된다.

숙련된 노동력의 불필요로 고용창출 저하, 고용연령의 저연령화로 노령인구의 빠른 실업화 등을 불러오게 된다. 이렇듯 맥도날도화의 만연으로 나타난 기계식품의 확산은 우리 인간 사회에 속도와 능률만을 강조하여 식품의 질적 제고와 인간의 존엄성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킨다.

패스트푸드의 대안은 슬로푸드

여기에서 나온 음식문화의 대안운동이 슬로푸드 운동이다. 이 슬로푸드 운동은 물론 미국 중심의 다국적 식품기업인 맥도날드의 유럽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유럽인의 생각에서 나온 운동이다. 그렇지만 맥도날드의 무차별 침투와 맥도날도 원리의 전염병적 확산으로 그 피해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우리로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의 쿠에노(Cueno), 바롤로(Barolo)에서 시작되다가 그해 프랑스 파리에 슬로푸드 국제운동본부가 창설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8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슬로푸드 운동은 문화적, 교육적, 과학적 과제이기도 하다.

이 슬로푸드가 지향하는 목적은 토속음식을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농사 모델의 개발, 음식의 대량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식료품자원의 낭비억제, 사라져가는 지역적 토속음식을 회생시켜 가난한 인구에 대한 삶의 희망을 부여하는 데 있다고 한다.

즉, 자원의 무한한 개발을 억제하여 생태계의 보존방법을 모색하고, 각국의 지역적 토종음식문화에 대한 관광여행을 통하여 자본을 분배시켜 가난한 지역주민에게도 삶의 행복감을 주어야 한다는 취지가 들어있다.

자본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촉발된 '빠른 것(fast)'의 추구가 우리 삶의 존재방식을 변화시킴으로써 파급된 자원의 고갈과 환경의 파괴, 분배원리의 파괴, 비인간화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성을 지켜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슬로푸드 운동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에도 슬로푸드 운동 지부가 있다

한국에도 2002년에 슬로푸드 운동 한국지부(공동회장 신대식 교수)가 세워졌다.

슬로푸드 운동 한국지부는 학교텃밭 운동(토종채소의 재배-생산-가공-요리-식음과정을 학교에서 직접 담당하는 일), 학교급식의 지역토산식품 애용운동, 신토불이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지부는 또 멸종위기에 빠진 한국 토종음식 목록을 작성하고 생산 기술 및 이에 사용된 가축의 전통적 사육방법, 야채의 종류 및 재배기술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여 사라져가는 전통음식의 맛을 되살리는 운동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국제 슬로푸드 운동본부에서는 오는 2004년 10월 프랑스에서 음식문화대학교(University of Gastronomic Sciences)를 설립하고 개교하며, 여기에 여주대학 신대식 교수가 명예이사로 참여한다.

그러나 이 운동에도 난관은 있다고 생각된다. 이미 맥도날드의 맛에 중독되어 있는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슬로푸드 운동을 효과적으로 파급시키느냐가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인간답게, 그리고 모든 인류가 주어진 행복을 빼앗기지 않고 고품질의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날로 확장일로에 있는 맥도날드화를 막아야 한다"고 신대식 교수는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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