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촛불을 든 아이들황재문
언니뻘 되는 박정희(장전동)씨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는 과정을 TV에서 보고 나는 완전히 돌아버렸어요"라고 내뱉는다. 그녀는 그날 곧바로 여의도로 가서 집회에 참석하고 다시 부산에 내려와 줄곧 이 곳에서 집회를 지켜봤다며, "이제는 죽 써서 개 주지 않고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옆자리의 '아우' 유명자(문현1동)씨도 "이 언니와 함께 나도 4일간 계속 여기에 왔다"고 거들었다.
| | | 시민의 변화와 야당의 역할 | | | |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심리적 변화 ’과정’ 속에 있는 야당의 역할이었다.
정치에 대해 지극히 냉담했던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결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들에게 잠재되어 있었떤 주권자로서의 책임의식은 신념으로 이어졌고, 신념이 곧 행동으로 표현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것은 바로 야당의 무리한 탄핵이었다.
시민들은 바로 이런 점에서 실제로 야당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역사의 아이러니가 현재 진행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황재문 | | | | |
단상에는 70대 노부부가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마이크를 손에 움켜쥔 노인은 거대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섭섭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친일세력이 많은 한나라당이 나라를 망쳤다"며 "물러나라"고 외쳤다.
그는 "수구세력과 친일파도 물러나야 한다"며 관중들에게 구호를 제안했다. "한나라당 물러가라! 수구세력 물러가라! 친일파 물러가라!"는 네댓 번의 구호가 끝나자 이번에는 노부인이 마이크를 잡고 "*** 후보의 아버지가 친일파임을 알았을 때 분해서 내가 얼매나 울었는지 모릅니더. 우리 거~하도록 하입시다"라고 호소했다. 노부부는 대한독립만세를 마지막으로 외치고 단상을 내려왔다.
이어 소개된 연사는 부산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그도 역시 일제시대 직후 청산되지 않았던 친일파가 법조, 교육, 행정 각 분야에서 기득권자로 자리잡았다고 지적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야당 대표자들을 향해 "병렬아 고맙다, 순형아 니도 고맙다. 이제 너거 할거 다했거든! 이젠 물러가라"고 외쳐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미 있는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단상 옆에 서서 집회를 지켜보던 50대 남성들은 껄껄 웃으며 "그게 맞기는 맞다"라며 맞장구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