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와 반노의 대결'이란 허구다

70~80% 여론을 보고 '국론분열' 운운하며 '친노-반노'로 갈라놓는 야당

등록 2004.03.15 20:26수정 2004.03.1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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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어떤 토론방에서 필자는 야당의원들이 대통령 탄핵발의를 하고 난 후 탄핵소추가 가결되기 전에 "나는 인간적인 대통령 노무현이 좋다. 제왕적 대통령상의 망령은 가라" 라고 하는 글을 써 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오류를 언급한 적이 있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가볍다거나 경솔했다거나, 불안하다고 하는 평가들이 기실은 전제적 혹은 독재적 대통령상이 우리의 뇌리속에 지도자상의 모형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오판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평가들로 인해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늘 30%대를 밑돌아 왔고 이것이 탄핵할만한 뚜렷한 사유가 없는 대통령을 야당이 과감히 탄핵할 수 있도록 야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 사실이다. 설마설마 했는데, 탄핵이 가결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미 벌어진 상황을 어찌하랴만은 이 와중에 탄핵과 관련된 언론 보도 중 심히 우려되는 보도 방향이 있어 이를 지적하고자 한다. 가장 민의를 왜곡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현재 "탄핵무효"와 "민주수호"의 촛불시위를 동반한 국민의 외침을 "친노"와 "반노"의 극단적인 분열로 몰아가는 언론 보도의 행태다.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하는 말들이 "국론분열이 우려된다"고 하고 "냉철한 이성을 가질 때"라고 한다. 정말이지 답답하다. 어찌 70%~80%의 국민들이 탄핵을 반대하며 거리에 자발적으로 나가 외치는 그 외침이 국론 분열이라는 말로, 그리고 냉철한 이성을 소유하고 있지 못한 사람들의 광기어린 행동으로 치부될 수 있다는 말인가?

탄핵 무효화를 외치는 사람들 중에는 물론 친노도 있겠지만 반노가 더 많다. 내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탄핵정국이 들어서기 전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를 밑돌고 있는 수준이었고 이는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 필자는 믿는다. 엊그제까지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탄핵을 받았다고 노무현을 좋아할 리는 만무하다. "친노"이기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가는 것이 아니다.

거리에서 외치는 민초들은 노무현 대통령도 잘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탄핵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탄핵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16대 국회의원들에게는 대통령을 탄핵할만한 자격이 없으며 실제로 우선적으로 탄핵되어야할 그들이 누군가를, 그것도 대통령을 국민의 의사와 반하여 탄핵하는 것에 분노를 이기지 못해 거리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민초들은 16대 국회의원들이 법적인 임기는 남겨두었을지라도 이미 차떼기라는 말이 나오는 그 순간부터 마음으로 그들을 탄핵하였다. 그들은 국회의원 자격을 이미 상실한 사람들이고 국민의 대표는 더더욱 아니다. 이들이 대통령을 탄핵한 것이다. 자신들의 안위와 권력욕에 눈이 멀어 헌정을 유린하고 있는 그들에게 터져나오는 분노를 민초들은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탄핵소추가결 과정을 본 그 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갈갈이 찢겨지던 그 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몇몇 언론들과 최병렬 대표는 이러한 국민적인 외침을 "친노와 반노"로 몰아가는 것일까?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로 올라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까? 물론 그것은 아니다. 그들은 국민의 외침을 평가 절하하고 싶어한다. 국민의 뜻에 거슬러 탄핵정국으로 몰고간 그들의 행위에 대한 당위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난감한 상황에 대한 책임을 몰매를 맞아 청와대에 조용히 있는 대통령에게 전가시키려고 하고 있다. 국민의 가치있는 저항을 노대통령에 의해 초래된 혹은 노사모가 선동한 국론분열로 몰아가고 있다. 바로 그것이 친노 반노다. 국민의 소리를, 그 외침을 "친노와 반노"의 대결이라거나 혹은 국론분열이 가속화 되고 있다거나 하는 말로 일축하려고 하는 야당과 수구 언론들의 불순한 의도에 섬찟함을 느낀다.

첨언하여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말 "국민들은 냉정한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거나 냉철해야 한다거나"하는 말들에서 계몽주의적 색채가 진하다는 것을 느낀다. 군사독재시절 국민을 훈계하고 가르치려 드는 언론들의 보도 태도가 매우 역겹게 느껴진 적이 있다.

시대는 변했다. 얼마전 5살박이쯤 되보이는 딸아이를 목마 태워 광화문 촛불시위현장에서 인터뷰하던 한 가족의 모습이 떠오른다. "저녁 먹고 속에 울분이 터져 집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하는 그 평범한 주부의 목소리를 대통령을 탄핵한 193명의 의원들은 되새겨 들어야한다.

그 가족은 친노도 반노도, 더욱이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바른생각을 할 수 있는, 생각없고 무기력한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권력에 눈이 멀어 민의를 저버리고 오만한 자세로 불의를 저지르고도 뻔뻔함과 가식으로 무장하고 있는 그들을 훈계하러 나온 것이다. 훈계는 기존의 수구적인 지식인들이 TV나 라디오를 통해 이런 민초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이 겸손한 자세로 광화문의 외침을 경청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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