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은 생명을 살리는 근본이자 개방의 대안"

2004년도 '팔당생명살림' 총회를 다녀와서

등록 2004.02.24 23:26수정 2004.02.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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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가뭄을 벗어 던지듯 비가 내린 지난 22일 '팔당생명살림'(회장 정상묵)이 자리잡은 양평 두물머리(양수리)에서 이 단체 생산회원인 유기농업농민들과 소비회원들이 참여한 총회가 열렸다.

"우리는 FTA에 대해 준비되어 있다"

정상묵(53) 회장은 인사말에서 “팔당생명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믿고 격려하며 지금껏 희망을 키워왔다"고 운을 뗀 뒤 "이를 기반으로 우리는 FTA를 포함한 어떤 개방에도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총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정상묵 회장
총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정상묵 회장신평호
올해로 3번째 총회를 하는 팔당생명살림의 지난 2003년도 매출액은 전년도 27억에서 50% 정도 늘어난 41억이다. 가입 회원도 2002년도에 776명이던 소비자 회원이 940여명으로 늘었고 생산자 회원도 80여 명으로 늘었다.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그동안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유기농은 최소한 4~5년을 땅을 가꾸고 준비해야 한다. 생명살림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제대로 수확하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이런 농민들의 노력을 소비자들이 인정하면서 소비자 회원들의 가입이 증가했다. 물론 하나로 마트에 직접 납품해 유통구조를 개선한 것도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

팔당생명살림의 양홍관(46) 사무국장은 성장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이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다가 '광우병', ‘조류독감'으로 위기를 느끼면서 어떻게 먹어야 잘 살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없던 사실을 새로 발견한 것이 아니라 기존 위기를 새로 자각한 것일 뿐이다. 우리 유기농민들은 이런 위기를 먼저 느꼈다. 소위 ‘웰빙’ 바람은 이것을 뒤늦게 포착한 것일 뿐이다. 생명의 위기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유기농을 이런 생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보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양 국장은 이 때문에 유기농이 필연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팔당생명살림에 참여하고 있는 손민옥씨는 “지금 운영하고 있는 민들레 학교의 급식을 여기서 구매하고 있는데 안심할 수 있고 아이들도 좋아해서 여러모로 좋다"며 유기농 식품에 만족을 표시했다.

웰빙은 환경을 부로 여기는 또다른 환경파괴 행위

이런 농촌의 생명농업에 대해 소비자 회원이자 자문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임진택 연출가(현 남양주 세계야외공연축제 조직위원장)는 유기농은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수원보호구역에서도 가능한 농법이라며 유기농을 일종의 농업 혁명이라고까지 말한다.

최근 유행하는 웰빙 바람을 바라보는 팔당생명살림 회원들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회원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게 웰빙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잘 먹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버는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그런 오염된 환경에서 나온 먹거리가 독이 많다고 또 다시 특별한 환경물을 키운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 이들은 웰빙을 돈 많은 자들의 새로운 환경 파괴이자 부의 또 다른 세습적 향유 놀음이라고 신랄히 비판한다.

담소 중 파안대소하는 임진택 위원장
담소 중 파안대소하는 임진택 위원장신평호
한 생산회원은 "이미 여기 두물머리에선 오래 전부터 그런 웰빙이 이루어졌다"면서 “과도하게 포식한 후에 기계 앞에서 좋은 몸매 만들겠다고 운동하는 건 마치 자동차 매연으로 더럽혀진 공기 속에서 방독면 쓰고 산소 마시는 게 잘사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한 소비회원은 "평소에 절식하고 열심히 땀흘려 노동하면서 '몸짱'을 찾아야지 추한 정신과 몸으로 기계 앞에 서는 건 신선한 생명이 없어진 육신을 고문하는 것"이라며 최근 자연에서 벗어난 도시인의 몸매만들기를 비판했다. 한 생산회원은 "썩은 흙에 자꾸 비료를 넣어서 키운 농산물이 우리 몸에 좋지 않듯이 생활을 먼저 바르게 바꾸어서 건강한 생명정신을 불어 넣지 않는다면 우리 몸에 좋은 웰빙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모두 어떤 유행이 있으면 그에 몰입하기만 했지 그 속에서 생명의 소중한 근본을 생각하지 않는 현대인들을 질타하고 있었다.

뒷풀이를 준비하는 솥에선 김이 오르고…
뒷풀이를 준비하는 솥에선 김이 오르고…신평호
농심을 가진 사람들이 농촌을 지켜야

신명나는 봄날을 여는 총회는 이렇게 그들의 고민과 희망이 어우러지면서 뒷풀이로 이어졌다. 비록 조그마한 농촌의 함성이었으나 그 가르침과 활동은 소중한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정 회장의 마지막 충고는 우리에게 생명을 가꾸는 신선한 흙내음으로 다가왔다.

“생명의 근원을 지킨다는 건 참으로 어렵지요. 가식으로는 지켜지지 않습니다. 여느 농촌과는 다르게 고학력 젊은이들의 에너지가 분출하고 있는 팔당은 희망이 넘칩니다. 그렇지만 농심이 없으면 먹거리도 삶도 오염될 뿐입니다."

다음은 이들이 총회를 마치고 채택한 선언문이다.

우리는 새천년 새시대를 생명살림의 시대라고 선언합니다.

사람들의 편리와 풍요의 뒷편에 죽임을 당하는 뭇 생명들이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참담한 우리 이웃의 눈물이 잇습니다.

물질.상품.돈.불신.경쟁 중심의 가치가 어머니 땅도, 사람들의 마음도 황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죽임의 시대를 넘어 생명살림의 시대 도래를 염원하며 실천적 결의를 담아 팔당생명살림 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생명계의 일원으로서 뭇 생명과 상생의 살림살이를 할 것입니다. 일상의 생활속에서 사람생명을 살리는 모든 생명들을 성심껏 모시는 살림살이를 할 것이며, 생산현장에서 친생명농업, 친생명물품공급활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인류와 민족의 일원으로서 전쟁과 폭력, 다툼과 반목을 넘어 생명살림의 기본 조건인 평화의 살림살이와 생명살림의 근본태도인 화해.협력의 살림살이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우리들의 구체적 생활공간인 지역에서 상부상조하는 자립적 살림망을 만들고 서로 공경.우애하는 참여자치의 살림살이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생명살림의 시대를 열어감에 있어 근본을 더불어 아름다운 스스로 됨, 더불어 아름다운 이웃사랑에 있다고 선언하며, 이에 함께하는 모든 이웃들과 온기 가득한 손들을 굳게 잡고 연대하여 전진할 것입니다.

특별히 팔당지역에서 생명살림 선언을 하는 것은 역사적 의의가 있습니다. 팔당은 두물 즉 남한강과 북한강이 하나됨을 이루는 곳입니다.
'두물머리" 이곳은 더불어 하나됨의 이정표입니다.

또한 팔당지역에서 생명살림 선언을 하는 것은 실천적 의의가 있습니다. 땅을 살리고 물을 살리며 뭇 생명들을 살리는 근본이 농업에 있기에유기농업, 생명농업의 실현지인 이곳 팔당에서 생명살림 선언을 하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터전의 근원을 다시 세우는 획기적 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들의 뜻과 염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생명살림 시대를 열어 가고자하는 더불어 아름다운 이웃들과 벗들과 굳게 연대하여 한강을 이루고 생명의 바다에 이를 것입니다.

2004. 2.22
팔 당 생 명 살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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