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M&B
지난해 2월 타계한 <관촌수필>이 작가 이문구의 1주기를 즈음해 살아생전 그의 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소설가, 혹은 엄혹한 시대를 살아온 투사의 모습이 아닌 인간 이문구의 향취가 흠뻑 묻어 나오는 <그리운 이문구>(중앙M&B).
낡은 대학노트와 기업로고가 금박된 해묵은 다이어리에 꼼꼼히 적힌 이문구의 소소한 일상을 읽다보면 짙은 범눈썹과 무뚝뚝한 표정과는 달리 그가 얼마나 따스한 사람이었던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일기 속에는 '언론사 세무조사' '2002년 대통령선거' 등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관한 단상과 매서운 세태비판도 없지 않지만, 그런 뻑뻑한 글들보다 훨씬 감동스럽게 읽히는 부분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기록들이다.
위암선고를 받고도 자신이 아픈 것은 괜찮은데 '아내가 슬퍼하는 게 싫다'라고 쓴 대목, 영화연출을 지망하는 아들에게 전주국제영화제에 가보라며 '가거든 영화만 볼 게 아니라 전주의 특산음식도 즐기도록 음식점을 소개하는 신문기사를 오려주었다'는 대목, 딸이 모 홈쇼핑업체에 취직한 후 우수사원상을 받아오자 '아비된 자로 기쁘기 그지없다'라고 쓴 대목은 비단 이문구의 아내와 자식이 아닌 세상 어느 아내와 아들, 딸이 읽어도 눈물겹다.
이문구의 25년치 일기를 단독입수한 <문예중앙> 이경철 주간은 "향후 주제별로 차곡차곡 출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타계 2년전부터 씌어진 분량. 책의 뒤에는 이문구를 그리워하는 선후배 문인들(박태순, 김정환, 한창훈 등)의 회고담이 실렸다.
"문제는 제대로 된 번역이다"
- 이경숙의 <도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