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나무
올 2월 충청도에서 중학교 국어교사로 일한다는 소설가 강병철을 만난 적이 있다. 아마 소설가 이문구의 서울대병원 빈소에서였을 것이다. 어눌해 보이는 말투와 대한민국 어느 시골에서나 만날 법한 촌부(村夫)를 연상시키는 수수한 옷차림과 표정. 그는 붉어진 얼굴로 후배 문인들이 따라주는 소주만을 묵묵히 마시며 말이 없었다.
강병철이 그 살벌했던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해직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며, 전교조가 결성될 시기부터 초지일관 운명을 함께 해온 충남의 핵심 전교조 교사라는 사실을 안 것은 그와의 만남이 있은 지 한참 후다. 제 손으로는 닭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빈소에서의 모습과 교육 민주화를 위해 구호를 외치며 손을 내뻗는 모습의 혼란스런 병존. 강병철은 그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의 한 사람으로 기자에게 다가왔다.
최근 강병철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동화라는 양식 속에 녹여낸 책 <닭니>(푸른나무)를 출간했다. 학업을 위해 고향을 떠난 강병철은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각박한 도시' 서울에서 외로움에 몸살을 앓았다. 그 외로웠던 아이 강병철이 가난했지만 결코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았던 고향 초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는 <닭니>는 현재 강병철의 삶을 이해하는 단초로 역할한다.
책에는 늘어나는 쥐를 박멸하기 위해 쥐꼬리 3개를 잘라오라는 숙제를 받고 어린 새앙쥐를 찾아냈지만 꼬물거리는 그것들이 불쌍해 차마 죽이지 못하고, 대신 선생님에게 손바닥을 맞는 아이와 가난한 집안 탓에 중학교로 진학하지 못하는 친구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자장면집을 열 것이라고 하자 시인이 되어 그 자장면집을 찾아가겠다고 결심하는 아이가 등장한다.
작가의 유년시절 모습에 다름 아닌 '아이'의 행동을 보면 강병철이 그 선량하고 착한 얼굴로 해직을 감수하며 교육민주화 운동에 동참할 수 있었던 까닭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진정 불의에 분노할 수 있는 자는 용감한 사람들이 아닌 순수한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그 역시 교사이며 시인인 도종환은 "흙 향기 묻어있는 알토란 같은 이야기를 써놓고도 자랑하거나 떠벌이지 않고 장승처럼 서서 빙긋이 웃는 강병철의 질박한 아름다움이 읽힌다"는 말로 동료작가의 출간을 축하했다.
그들의 수필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