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자료원
사냥꾼 출신 독립운동가 홍범도의 삶과 항일투쟁에 관한 기록이 10권 분량의 시집으로 완성됐다.
<물의 노래> <철조망 조국> 등의 시집을 내놓으며 맑고 투명하면서도 올곧은 서정을 독자들에게 선보인 중견시인 이동순(53. 영남대 교수)이 최근 출간한 민족서사시 <홍범도>(국학자료원)는 분량의 방대함과 철저한 역사적 고증, 문학적 완성도 면에서 해방 이후 한국의 대표적 서사시로 이야기되는 신동엽의 <금강>에 필적한다.
신동엽이 <금강>을 통해 동학농민운동의 역사를 부활시켰다면, 이동순의 <홍범도>는 1900년대 항일무장투쟁 역사를 생생하게 복원시켰다.
20년 이상을 이 작업에 매달린 이동순은 자서(自序)를 통해 "잠자리에 누워서도 홍범도만을 생각했고, 벽에 그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영적대화를 시도했다"는 말로 홍범도에 미쳐 지낸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내 혼신의 힘과 능력을 쏟아 부어 홍범도 장군의 위대한 생애를 문학적으로 부활시키고 싶었다"는 출간의 변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동순에 의해 부활된 홍범도 장군은 어떤 사람일까? 1868년 평안북도 자성에서 태어난 홍범도는 사냥과 광산노동을 업으로 살아가던 평범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1907년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번져나간 항일의병봉기는 홍범도의 애국적 열정을 자극했고, 그해 11월에는 갑산지방 사냥꾼들의 총포를 회수하러온 일본군을 수차례의 유격적을 통해 섬멸한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에는 만주로 건너가 독립군을 양성하며 본격적인 무장독립운동에 들어간 홍범도. 1920년에는 항일무장투쟁사에 길이 남을 봉오동전투를 수행함으로써 조선 민중들에게 그 이름을 알렸고, 청산리대첩에는 북로군정서 제1연대장으로 참전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다. 대한독립군단과 고려혁명군관학교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후진양성에 힘쓰며 끝끝내 조국의 독립을 보려했으나 해방을 2년 앞둔 1943년에 병사했다.
일신의 안위와 개인적 영달을 멀리하고 대의명분을 세워 의로운 삶을 살다간 독립군 홍범도의 일생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 시인의 끈질긴 노력과 정열이 탄생시킨 <홍범도>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 안의 비겁함과 싸우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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