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진
이 책은 '생명'을 주제로 여는 어린이 도서관 여름 독서교실을 준비하면서 환경교육 관련 도서라 그냥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매우 놀라운 책이었다. 무엇보다 환경을 살리자는 구호에나 그칠 지어낸 동화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책은 독일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환경교육의 구체적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 2500명의 작은 마을에 소재한 메르딩거 초등학교는 농부에 가까운 쉐퍼 교장 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 '자연학교'로 완전히 탈바꿈해 간다. 가령, 여느 학교나 다름없이 학교가 끝나면 매일 같이 교실마다 각종 쓰레기로 넘쳐나던 이 학교가 전교를 통털어 쓰레기통이 하나밖에 필요 없게 되었다. 또한 학교 어린이들은 4만5000 그루가 넘는 나무를 주변 밭둑이나 빈터, 시냇가 언덕에 심었으며 학교와 가까운 산에 쓰레기 매립장이 건립될 계획을 완전히 백지화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쉐퍼 선생님의 아이디어였던 지렁이 카로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놓고 골몰하던 쉐퍼 선생님은 교실에다 아이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지렁이 카로를 기르면서 생생한 환경 교육을 시켰던 것이다. 아이들은 지렁이 카로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후부터 쓰레기가 될만한 것들을 점차 줄여나갔다. 그리고 방과후에는 생명의 삶터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꿀벌이나 감자 기르기 같은 다양한 동아리 활동들을 전개하게 된다.
이런 일들은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가는 우리 초등학생들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로 보이리라. 그러나 불가능하다는 우리의 생각부터 바꾸고, 할 수 있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천천히 실천해 나간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생명은 도처에서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