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이성열한상언
-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제목이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인데 405호 아줌마는 안나온다. 405호 아줌마는 극중에서 죽은지 석 달만에 시체로 발견된다. 이 극은 그 위층에 사는 505호 부부와 아래층에 사는 305호 상준이 엄마, 그리고 건너편 동에 사는 107동 505호에 사는 사진작가 이 세 그룹이 405호 아줌마의 자살 사건을 두고 이리 저리 얽히고 설키며 진행된다.
사진작가는 405호 아줌마를 짝사랑했던 것 같고, 그래서 매일 훔쳐보고 사진도 찍고 그랬던 사람이다. 위층에 사는 부부 중 남편은 언젠가 한번 술에 취해서 405호 집에 들어가 잠을 잔 적이 있고, 상준이 엄마는 아이를 잃어 버렸는데 405호 아줌마가 자기 아이를 훔쳐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식의 사건이 얽히면서 극이 전개된다. 나중에 결국 누가 어떻게 해서 405호 아줌마를 죽였는지 아니면 자살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미궁에 빠진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은 미스테리한 구성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실제적으로 405호 아줌마의 죽음에 의문을 푸는 것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해서 이 부부가 가지고 있는 서로에 대한 욕망, 불신, 감추어 졌던 치부 이런 것들을 들어내 보이고 사진 작가를 통해서는 은밀하게 남의 삶을 훔쳐보고 싶은 욕망들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갖가지 욕망들이 가지가지 무늿결을 이루면서 서로 지그재그 교차하여 사람들의 은밀한 욕망과 은밀할수록 가까워질 수 있는 공범자적인 이상한 이웃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부의 공간인 505호는 시간이 순행하는데 비해 107동 사진작가의 공간은 시간이 역행한다.
"이 극의 구성은 원작자가 써놓은 그대로 전개되고 있다. 505호 지호네 집에서는 시간이 봄에서 가을로 진행이 되고 건너편 동에 사는 사진작가의 집에서는 가을에서 봄으로 거꾸로 전개된다. 그래서 극을 보고 있으면 하나는 시간이 자연적인 정순(正巡)의 시간대로 또 다른 공간에서는 자연적인 것에 반대되는 역순의 구조로 시간이 전개된다. 또한 그것이 교차 편집되어 정순 한번 쭉 흐르고 역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정순이었다가 역순이었다가 또 다시 정순이었다가 역순이었다 이런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간의 교차편집은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그러한 기억과 또 미래에서 과거로 가는 기억, 방향성이 서로 다른 두 시간대의 기억이 서로 맞부딪히면서 서로를 상쇄하기도 하고 서로를 망각시키기도 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감췄던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 미묘한 시간의 숨겨진 의미망이랄까? 숨겨진 틈바구니랄까? 그런 것들을 들추기 위한 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