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철학자이자 사상가 버트란트 러셀
"종교는 아이들로 하여금 이성있는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며, 우리가 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려는 것을 막고 있다. 종교는 우리로 하여금 묵은 죄와 벌의 사나운 소리 대신에 과학적 협동의 윤리를 가르치지 못하게 한다. 인류는 이제 황금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첫째 이 문을 막고 있는 괴물을 무찌를 필요가 있는데, 이 괴물이 바로 종교이다."
결국 문명에 대한 종교의 공헌에 회의를 가졌던 러셀은 '과격한 종교 숙청론'을 전개하며 종교없는 세상을 역설한 셈이다. 물론 러셀의 확신처럼 정말로 종교가 인류 문명에 공헌은 못할 망정 해독만을 끼친 암적 요소인지는 심각히 따져 볼 일이다.
이와는 반대로 스위스 출생의 유명한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1928∼ )은 종교의 해악을 인정하면서도 종교가 인류에 끼친 유용한 공헌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한스 큉은 최근 번역된 <가톨릭 교회>(을유문화사, 2003)에서 가톨릭의 '창시자인 스승의 이론'과 멀어진 과정을 역대 교황과 교황 제도를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큉은 "나 역시 지성의 탄압, 종교재판, 마녀사냥과 화형, 유대인 핍박, 여성 차별과 같은 현상들을 그 역사적 문맥에서 이해할 수는 있으나 그런 일들에 대해 용서할 수는 없다"고 고백한다. 개신교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가톨릭 지성의 자기고백이 분명 '건수(?)가 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오해는 금물. 큉이 아무리 <교황은 무오류한가?> 논란으로 1979년 가톨릭 '신앙교리성성'으로부터 종교재판을 경험하고 가르칠 수 있는 면허가 최소되었음에도, 그는 여적 가톨릭에 대한 미련과 희망이 남아 있다. 이런 뜻에서 큉은 "나는 가톨릭 교회의 교황제도를 찬성하지만 동시에 복음의 기준에 합당하게 교황제를 전면적으로 개혁할 것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예수는 민주적 정신을 보여준 사람"
이와 관련해 큉이 생각하고 있는 복음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큉은 예수의 정신과 그 정신이 살아있던 초대 교회 공동체를 기준으로 내세웠다. 그에 따르면 "예수는 최선의 의미에서 민주적 정신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예수의 정신은 자유롭고, 원칙적으로 평등한, 형제자매들로 구성된 백성과 일치된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본래 기독교의 자유, 평화, 박애 정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