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사단 병력들이 임진강 도하훈련을 하고 있다.미 국방부
이승만 대통령은 조병옥 특사를 미국에 파견하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미국은 1949년 3월 22일, 그 해 6월 30일까지 500명의 군사고문단(KMAG)만 남기고 완전 철군을 결정했다. 이 방침을 한국에 통보한 날은 철군을 불과 한달보름 앞둔 5월 17일이었다.
두번째는 한국전쟁 휴전과 미군 철수다. 한국전이 터지자 미군은 돌아왔고 1953년 32만5000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한국전쟁 종결을 원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통일론'으로 맞섰지만 7월 27일 휴전은 이뤄졌다. 1954년 3월부터 미군은 철수를 시작했고 1957년에는 2사단과 7사단 7만명만 남았다.
세번째는 리처드 닉슨 행정부 때의 미군 철수다. 1969년 7월 월남전이라는 수렁에서 허덕이던 미국은 '아시아는 아시안의 손으로'라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닉슨은 이미 1969년 3월 주한 미군 2만명 철수계획을 세웠지만 이를 한국에 공식 통보한 것은 1970년 7월 6일이었다.
극심한 충격을 받은 박 대통령은 "한국군 5만명이 베트남에 있는데 미군 2만명을 빼가면 북한이 오판한다"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미군 철수 반대 국회결의', '내각 총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쳤지만 소용없었다. 미국은 1970년 후반기부터 1971년 3월까지 10개월만에 미 7사단과 3개 공군비행대대를 빼내갔다. 비무장지대에 있던 미 2사단은 후방으로 이동했고 총 병력수는 4만3000명 안팎으로 줄었다.
남베트남은 패망 직전인데 미국은 이를 돌보지않았고 주한 미 7사단도 철수시켰다. 미국은 '빨갱이'수괴이자 한국 전쟁 때 유엔군의 승리를 좌절시킨 '중공'과 수교를 추진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언제 미국이 한국을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
돈 오버도퍼가 쓴 <두개의 한국>에는 "(당시 한국 핵무기 개발 책임자인) 오원철은 박 대통령은 주변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핵카드를 원했던 것 뿐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이 있다. 남한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이유가 똑같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네번째는 지미 카터 행정부 때의 미군 철수다. 1977년 카터 행정부는 1980년까지 주한 미군 주요 전투 병력을, 1982년까지 모든 병력 및 핵무기의 완전 철수를 추진했다. 이같은 결정은 한국 정부에 1978년 7월 26일 통보됐다.
한국 정부는 역시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카터는 "미군 철수는 한국 정부와의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1978년 북한 전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CIA의 보고서가 나온 뒤 1개 여단(3000명)만 나가고 1979년 2월 철군은 중단됐다. 이후 주한 미군은 3만9000~4만3000명 수준을 유지했다.
다섯번째는 1990년 4월 미 국방부가 내놓은 '동아시아 전략구상'에 따른 철수다. 1단계(1~3년차)로 주한 미 지상군 5000명과 공군 2000명을 감축하고, 2단계(3~5년차)로 평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반환하며, 3단계(5~10년차)로 미군은 최소 부대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군 7000명을 철수하고 2단계 감축과정에서 북핵문제로 추가 철수는 중단됐다.
여섯번째는 최근의 주한미군 재배치다. 한·미 양국은 '재배치'라는 형태를 강조하지만, 1개 여단병력 3500여명과 미 8군 소속 지원부대 등 6000~7000여명을 줄일 계획이라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주한 미군 감축 소문이 나돌고 해외 언론에서 기사화된다. 한국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며 겉으로 부인하고 뒤에서는 미국에게 애걸복걸한다. 그러다 몇 달도 안돼 미군 감축이 발표되는 '공식'은 지난 55년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일란성 쌍둥이, 남과 북의 핵무기 개발 의도
| | | 한국=육군, 일본=해공군? | | | 한국과 일본 차별하는 미국 | | | | 지난 1997년 4월 1일 안병태 해군참모총장은 이임식에서 '남풍론'을 거론했다.
그는 "대양해군은 국가의 의지와 국민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달아서는 안된다"며 "해군력 발전을 가로막는 세력에는 '남풍'도 있다"고 비판했다. '남풍'은 대양 해군 계획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던 한국군 내부의 세력, 즉 당시 김동진 국방장관과 윤용남 합참의장 등 육군 중심의 한국군 수뇌부를 빗댄 말이었다.
안 총장은 또 해군력 건설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주변국들을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이는 일본과 미국, 특히 미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미국은 한국의 해공군력, 특히 해군력 증강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한국 해군의 독자적인 작전 능력 확보는 주변국과의 군비경쟁을 촉발시킨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의 해공군력 증강은 적극 지원했다. 미국은 '한국=육군, 일본=해공군'식으로 역할분담을 시켰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4척의 이지스함을 비롯한 54척의 3000t급 구축함 및 호위함, 잠수함 16척, P3C대잠초계기 10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함령이 평균 10년이 안된다. 한 예비역 해군 장교는 "가정이지만 만일 현재 한·일사이에 해상전이 벌어진다면 한국 해군은 3일이면 전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미 히로시마급 핵폭탄 650개를 만들수 있는 플루토늄 5.2t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90t 분량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1만1125개의 핵폭탄을 더 만들 수 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남한은 핵에 관한 거의 모든 부분을 미국으로부터 완벽하게 통제받고 있다.
일본의 H-2로켓은 무게 2t의 위성을 3만6000km 상공의 정지궤도에 쏘아올릴 수 있으며, 2005년에는 5t급을 발사할 계획이다. 민간용 로켓에 탄두와 유도장비만 장착하면 곧바로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이 된다.
그러나 한국은 탄두 무게 500kg, 사거리 300km 이하의 미사일만 개발할 수 있도록 제한받고 있다. 민간 과학 로켓 개발에 있어서도 미국으로부터 무수한 견제를 받았다. / 김태경 기자 | | | | |
지난 24일 '미래 한·미동맹 공동구상 3차 회의'에서 주한 미군의 9개 특정임무를 2006년까지 한국군이 떠맡기로 합의했다. 국내 언론에는 "한국 방위의 한국화를 위한 국방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그러나 이제 근본적으로 '진정한 한국 방위의 한국화'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다. 자주국방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북한 및 주변국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자위적 방위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군은 '작지만 강한 군대'가 되어야 한다. 육해공군의 균형발전과 정찰·정보 역량, 정밀타격능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동안 주한 미군 철수와 이에따른 한국군의 방위력 증강은 '육군=한국, 해·공군=미군'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은 주한 미군이 떠난 공백을 '미군과 똑같은 무기'로 메우도록 한국에게 요구했고 한국은 이를 따르는데 급급했다. '주한 미군의 탱크 한 대가 빠진 자리를 한국 육군의 탱크 한 대로 채워넣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 '한국 방위의 한국화'는 요원하다.
벌써부터 군 안팎에서는 육군에 편중된 한국군 구조가 개선되기는 커녕 주한 미군 재배치 여파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군는 날아다니는데
한국군은 걸어만 다녀라?
국방부는 지난 6월 22조3459억원의 국방예산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는 GDP의 3.2%로 올해 2.7%보다 무려 0.5% 포인트가 증가했다.
그런데 한 장교는 상당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겉으로는 고무적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내년도 해군 예산은 단 한푼도 늘지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를 각 군 '이기주의'로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은 주한 미군을 철수할 때마다 "미 지상군은 빠지지만 해·공군력 지원을 더욱 늘릴 것이다. 지상 전력 공백은 한국군이 메워야한다"고 요구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이양하기로 한 9개 특정임무 모두가 지상군 것이다. 미국은 주한 미군이 재배치되지만 해·공군력 지원은 더욱 강화시켜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한국 방위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미 국방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재배치 뒤 주한 미군의 전력증강은 정찰 및 첩보 체계, 정밀타격무기의 강화에 있다"고 보도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장영달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장 의원은 지난 1월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에게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앞으로 한국군은 해·공군력을 강화하고 지상군 감축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며 "그러나 월포위츠는 아주 난색을 표했다, 앞으로도 이런 의견이 관철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했다.
월포위츠는 110억달러를 들여 주한 미군 전력을 위한 150개 프로그램을 실행할 것이며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국방비를 늘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군이 현재 추진중인 군사혁신이나 <뉴욕타임스> 기사를 본다면, 결국 한국군은 빠져나가는 주한 미 지상군 전력공백을 메우라는 뜻에 불과하다.
한 군 관계자는 "주한 미 지상군이 철수할 때마다 그 공백을 한국군이 메웠고 이는 미군이 보유한 똑같은 장비를 구매하라는 압력이 됐다"며 "미국은 노골적으로 무기사라는 식으로 '낮은 수법'을 쓰지 않는다, '미군 철수'로 안보 위기를 부추긴 뒤 한국이 미제 무기 살 수 밖에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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