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편지 <물양귀비>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등록 2003.07.15 04:08수정 2003.07.1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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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회산연못의 물양귀비
2003년 회산연못의 물양귀비김해화

2003년 회산연못의 물양귀비
2003년 회산연못의 물양귀비김해화



빗속에 먼길을 달려 무안 회산연못에 갔습니다.
연꽃을 보러 간 것이 아니라 연꽃 그늘에 있는 작은 물풀들을 보러 갔습니다.

연꽃과 함께 나라 안팎의 물풀들을 한 곳에 모아 잘 가꾸어둔 수생식물 학습원때문에 연꽃이 피지 않을 때도 틈이 나면 먼길을 마다 않고 찾아가곤 했거든요. 못가에 아기자기하게 꽃밭을 만들어 가꾸어놓은 우리 꽃들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간 길이라 3시간 쯤 걸려 회산연못에 닿았습니다.
서울 번호를 달고 있는 관광차 한 대 서 있고,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 빗속에 여기저기 몰려 다니고 있는데 회산못은 한창 공사중이었습니다.

못 가의 야생화꽃밭은 파헤쳐져 나 뒹구는 꽃들의 잔해밖에 없고 아기자기한 물풀들이 자라던 수생식물학습원은 이리저리 수상잔교를 놓느라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사람의 손이 닿아도 닿은 듯 만 듯 자연스럽게 가꾸고 싶은데 윗사람들은 자꾸 요란스럽게 꾸미고 싶어 한다며 안타까워하던 사람 갈 때마다 장화를 신은 작업복 차림으로 연못을 지키다가 반겨주던 담당직원이 바뀐 모입니다. 드디어 높은 사람들의 뜻대로 회산연못이 망가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연못 속에 담겨 있어야할 물풀들이 항아리나 확독에 담겨 새로 만든 축구장 옆에 나와 비를 맞으며 드문드문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노랑어리연, 물양귀비, 수련, 조그만 애기수련이 보이는데 그냥 있을 수 없어 잠시 비 개인 틈을 타서 사진기를 들고 나갔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고 말았습니다. 사진기를 품에 안고 몸으로 막아보았지만 차 있는 곳까지 돌아오는 동안에 사진기는 젖을만큼 젖어 버렸습니다.

우산을 들고 아직 마무리도 되지 않은 수상잔교 위를 위태롭게 건너오던 사람들이 가까운 곳의 연꽃 봉오리에서 꽃잎을 따내고 있었습니다.

"꽃 따믄 안돼-."
"괜찮아. 많은데 좀 따믄 어때?"

차안에까지 들려올만큼 사람들의 목소리는 꽃을 따면서도 당당했습니다. 차 안에 있던 우산을 들고 나가 그냥 질퍽거리는 길을 따라 연못 가를 걷다가 파헤쳐진 흙속에 파묻혀 짓밟히고 있는 박하 한 포기를 주웠습니다. 물에 씻어보니 심으면 살아날 것 같아서 고향집에 가져다 심기로 했습니다.

비오는 날 찾아간 무안 회산연못은 기껏 백련 몇 송이 피우다 말고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보성강 따라가려고 큰길에서 벗어났는데 몇 번 다녀서 익숙한 길을 어디서 잘못 들었는지 엉뚱한 화순까지 가고 말았습니다. 결국 먼 길 돌아 화순 동복으로 해서 고향집 들렀다가 순천으로 돌아왔습니다. 심란한 하루였습니다.


물양귀비

쌍떡잎식물 양귀비목 양귀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분류 : 양귀비과
원산지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분포지역 : 한국(남부지방)
자생지 : 열대성 연못이나 늪
크기 : 길이 50∼60cm, 나비 약 60cm


수생식물로서 열대성 연못이나 늪에서 자란다.
길이 50∼60cm, 나비 약 60cm이다.
줄기와 뿌리는 물속 흙에 벋어 있다. 줄기는 굵고 기는가지를 낸다.
잎은 대부분 물에 떠 있으며 둥글고 짙은 녹색에 윤기가 난다.

꽃은 7∼9월에 줄기에서 나온 잎 위에 노란색으로 피는데, 가운뎃부분은 붉은빛을 띤다.
꽃잎은 3장으로서 둥근 모양이다.
16∼30℃의 반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고, 번식은 씨를 뿌리거나 꺾꽂이로 한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원산으로서 귀화식물이며 부유생활을 한다.
잎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는다.

한국 남부지방에 분포한다.

<2003년 7월 10일 무안 회산연못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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