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는 비교적 완만하여 산책로의 느낌을 준다.손영철
높이는 172m 정도의 낮은 산이지만 급경사 암석 능선이 있어 짜릿한 맛도 느낄 수 있으며 정상에서의 서해 낙조가 장관이다. 하지만 몇 년 전 개발이 시작되면서 인천의 진산인 문학산이 고속도로로 허리가 잘리고 청량산도 주춤주춤 설 자리를 잃더니 지금은 도심 속의 녹색섬 처지가 된지 오래다.
청량산 자락에는 뱀사골이 있는데 약수터로 유명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예전에는 뱀들이 많이 살았음직한데 지금은 뱀꼬리도 구경하지 못한다.
그도 그렇듯이 청량산에서는 이즈음에 많이 들림직한 개구리 울음 소리가 없다. 개구리가 없으니 그걸 잡아 먹는 뱀이 없을 것은 당연지사고 뱀이 없으니 족제비나 너구리 같은 들짐승들도 자취를 감추었으리라.
그래도 청량산은 아직도 그 아담하고도 수려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기에 연수구 사람들은 청량산을 많이 찾는다. 나도 1주일에 2~3번 정도는 가까운 청량산을 올라가는데 지난 며칠은 때 이른 장마비로 산에 오르질 못했다.
어제는 마음 먹고 운동화를 갈아 신고 연수성당에서 올라가는 코스로 청량산을 올랐다. 그 코스는 비교적 완만한 산책로 정도로 정상까지 올라갔다 오는데 대략 40-50분이 소요되는 쉬운 코스다.
연수성당을 돌아서 산을 오르는 초입에 누군가가 흙을 쌓아놓은 걸 보았다. 누가 공사를 하는 걸까? 가까이 가서 보니 이런 푯말이 눈에 띈다.
"흙 퍼나르기 운동에 동참합시다. 청량산을 사랑하는 여러분.
나날이 황폐화 되어가는 등산로변 수목을 보호하고자 합니다. 여기 쌓아놓은 흙을 마대(봉투)에 담아 산행을 하시면서 훼손된(뿌리 부분 제외) 곳에 덮고 밟아 보호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마대(봉투)는 재활용 하오니 하산시 제자리에 가져다 주십시오.
즐거운 산행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동춘2동 3.3.7 산악회(동춘2동 자생단체연합회 일동)"
지난 며칠 내린 비로 쓸리고 훼손된 산을 연수구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복구하려는 움직임이었다. 하기야 산이 자기 스스로야 어떻게 쓸려 내려간 자기 몸뚱아리를 다시 쓸어 담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