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겉그림입니다 - 손아귀에 쥘 만큼 자그마한 책입니다. 들고 다니며 버스와 전철에서 읽기 알맞은 책이기도 하고요.녹색평론사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는 읽기 아주 껄끄러운 책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나 깊숙하게는 잘 모르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삶에 대충대충 몸을 맞춰 살아가면 된다는 생각을 뒤집어 놓기 때문도 아닙니다. 지금은 형편이 안 닿지만, 조금 살림이 나아지면 가난한 사람으로서 비판해 마지않는 소비 사회를 바라는 우리 속내를 들켜서도 아닙니다.
모든 나라가 무기를 만들고 군대를 키우는 것은 결국, 군대가 있는 나라의 기득권자와 정치 권력자들만을 안전하게 할 뿐, 실제로는 그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삶을 옥죄고 목숨을 앗아가는 얼개를 꼼꼼히 파헤쳐서 알려주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이 책에는 '우리 생각과 삶을 흔들라'는 중심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 먹고살기가 힘이 든지, 왜 차별과 억압 얼개가 있는지, 왜 군대는 `적군'보다 아군, 곧 자기 나라 사람들을 죽이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았고, 실제로도 적군보다 자기 나라 사람들을 억누르는 데 쓰여 왔는지까지 낱낱이 밝히고 있어서 읽기가 참 껄끄럽습니다.
저자 더글러스 러미스는 미국인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군요. 일본에서 사는 미국사람으로서, 미국이 지닌 문제와 일본이 지닌 문제를 살로 느낍니다. 살로 느낀 문제를 꾸밈과 거침이 없이 밝히고 드러냅니다.
일본이 군국주의로 치닫고 있는 중심에 서며 일본이 오래지 않아 자위대를 `자위하는 자위대'가 아니라 `공격할 가능성을 헌법으로 보장 받을 자위대'가 되리라는 걸 이미 내다보고(2000년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내다봄은 2003년 6월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2>
요즘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은 어떻습니까.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어느 후보가 하는 말처럼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셨습니까?" 어떠한지요.
`살림살이'란 무엇을 가리킬까요. 먹고사는 수단, 돈, 가재도구만이 살림살이일까요? 지난 대통령선거 때 어느 후보가 말한 `살림살이'란 먹고사는 일까지 아우르는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책을 읽고 물 좋은 곳으로 놀러다니고 영화도 보고, 사랑하는 아내나 딸아들, 또는 연인과 오붓한 시간을 지내는 일도 담는다고 생각합니다. 일과 놀이, 여기에 우리들이 하루하루 먹고사는 모든 것과 입고 자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말이 `살림살이'가 아니었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이런 살림살이가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경제성장'만 이루면 먹고살기 좋아질까요. 경제성장률이 6%를 넘고 8%도 넘고 10%도 넘으면 먹고살기 좋아질까요. 경제성장률이 빼기(-)로 돌아선다면? 그때는 먹고살기 힘들어질까요?
…한 사람의 테러리스트가 레스토랑에 폭탄을 던져 거기에 있던 5,6명의 사람들을 죽였다고 하는 신문기사를 읽게 되면, 참으로 슬퍼집니다. 인간은 어떻게 해서 그러한 짓을 할 수 있는가, 정말로 가련한 사라들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충격 속에서 절망감을 느끼거나, 역시 인간은 나쁜 동물이야, 라고 생각하거나 합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최근에도 미군은 때때로 이라크를 공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신문 1면의 큰 기사가 아니라, 5페이지나 6페이지쯤의 작은 기사로 적혀 있습니다. 몇 명이 죽었는가 하는 것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아마 미군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죽었는지 어찌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사를 읽어도 거의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