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장 공약은 법률보다 우위(?)

적법한 건축민원 묵살-"누구를 위한 공약인가?" 시민분통

등록 2003.05.10 16:56수정 2003.05.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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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장의 공약, 치적행정 때문에 시민의 적법한 민원이 묵살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공약을 법률보다 우선 적용했다는 것이다.

집을 짓기 위해 임야를 대지로 형질을 변경하고 나무를 잘랐는데 시장은 공약인 도시녹화사업에 위배된다며 건축허가를 내준 공무원을 문책했다.

그 뒤 바로 옆 땅에 건물을 짓기 위해 또 다시 건축허가신청을 냈는데 이번에는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땅을 깎고 나무를 뽑아내는 것은 나무심기사업에 저촉되고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똑같은 민원인데 처음에는 허가되고 두 번째는 반려됐다. 법을 집행하는데 이중잣대를 적용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일었다. 이에 민원인이 "불허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그 결과 건축허가민원은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자치단체의 재량권을 남용한 법률해석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원인은 회사설립, 부동산 거래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았으며 내지 않아도 될 개발부담금까지 부담하게 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치단체장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공약사업 추진으로 적법한 민원이 침해당하는 초법적인 사태가 전주시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사실은 전북도가 지난 2000년 3월 4일 민원인 임모씨(43·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에게 보낸 행정심판청구사건 재결서에 따른 것으로 전북도가 "전주시는 법률적으로나 현장 상황이 토지형질변경신청을 반려할 수 없음에도 재량권을 남용, 부당하게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며 "'건축허가불허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한 사건이다.


임씨가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2가 753-30번지외 3필지의 땅 5,281㎡(1,600평)에 447.6㎡(135평)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를 신청한 것은 지난 1999년 12월 4일이다.

전주시는 임씨의 건축허가신청에 대해 "현지 출장결과 쾌적한 녹색환경도시 및 60만 그루 나무심기 등에 저촉되고 토지형질변경 허가시 신청지가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어 절토切土로 인한 주변의 환경, 풍치, 미관 등이 손상된다"는 이유로 민원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22일 불허 처분했다.


전주시가 불허처분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도시계획법 제 4조 1항 1호, 같은 법 시행령 제 5조의 2, 토지의 형질변경 등에 관한 규칙 제 5조 등과 관련 판례들이다. 이에 대해 민원인인 임씨는 전주시의 불허처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전주시의 불허처분은 법적인 근거가 없고 전주시의 판단은 재량권을 벗어난 처분으로서 공익과 상관없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부당하고 객관성을 상실한 처분"이라는 주장이다.

전주시가 불허 처분한 근거로 제시한 것은 '시장 또는 군수는 법 제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함에 있어서 공익상 또는 이해관계인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조건을 붙일 수 있다' 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행위 허가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5조 (조건)' 규정. 전주시는 "법률적인 요건을 충족해도 공익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불허처분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임씨는 이 규정의 전제조건으로 같은 규칙 제 2항의 규정에 "제 1항의 불허가의 전제가 되는 조건을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그 위치, 면적, 제한사유, 기타 필요한 사항을 당해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공보에 고시해야 한다"며 "전주시가 어느 관보에도 이 같은 제한을 고시한 적이 없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공익상 필요하다면 사전에 이를 고시해야 맞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주시가 법적 근거없이 '쾌적한 녹색환경도시 및 60만 그루 나무심기 등에 저촉되고 토지형질변경 허가시 신청지가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어 절토로 인한 주변의 환경, 풍치, 미관 등이 손상된다'는 이유로만 불허 처분한 것은 법률 규정에 맞지 않는 자의적인 처분"이라고 맞섰다.

전주시는 이 같은 임씨의 주장에 대해 "형질변경의 허가가 신청된 토지의 이용이나 도시계획사업에 지장이 우려가 있는지 여부와 공익상 도는 이해 관계인의 보호를 위해 부관을 붙일 필요의 유무나 그 내용 등을 판단함에 있어 행정청의 재량의 여지가 있으므로 그에 관한 판단 기준을 정하는 것 역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고, 그 설정된 기준이 객관적으로 합리적이 아니라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행정청의 의사는 가능한 존중돼야 한다"는 판례를 들어 '행정의 재량권'이라며 임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이 같은 재량권의 배경으로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익상의 녹지보전 및 녹색도시 조성으로 쾌적한 전주시 발전 및 도시계획이 미정비된 지역으로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전체적인 도시계획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고에 고시되지 않은 지역에 소재한 토지라고 무조건 토지형질변경 허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수목이 거의 없는 나지裸地라도 그 형질변경으로 인해 주변의 환경, 풍치, 미관을 크게 손상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불허처분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임씨와 전주시의 다툼은 '공익상 불허처분 필요성에 대한 판단, 재량권의 적법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임씨는 건축허가를 신청한 토지와 면적이나 절토 부분 등이 요건이 거의 같은 바로 옆의 토지는 6개월전 건축허가가 나 건물을 지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행정심판 심의과장에서 전주시는 이 점에 대해서는 명백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대해 임씨는 이전 건물 신축공사 당시의 일화를 들려줬다. 해당 부지는 전주-금구간 6차선 도로변으로 전주박물관 못 미쳐 전주대 진입로 왼쪽변에 위치해 있다. 1999년 6월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짓기 위해 부지 정리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잡목을 뽑고 자르고 있는데 때마침 이 광경을 지나가던 김완주 전주시장에게 발견됐다고 한다.

김 시장은 그 자리에서 차를 세우고 완산구청 관계공무원을 불러 호통을 쳤다. 김 시장은 "시장은 60만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한다며 한 그루라도 더 심기 위해 노력하는데 직원들은 나무를 자르는 허가를 내주고 있냐"며 다그쳤다고.

담당공무원은 시장의 질책에 "적법한 건축허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고 시장은 "당신이 그렇게 잘 아느냐"며 호되게 질책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공무원은 얼마 후, 다른 사유지만 문책을 당하고 석연치 않게 인사 조치됐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런 사정을 전해들은 임씨는 두 번째 건축허가신청의 불허 처분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행정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전주시의 현장조사 결과 해당 토지에 죽목이 없는 나대지로 보고됐던 것으로 밝혀져 실소를 자아냈다. 행정심판 결과 전주시의 주장이 완전 억지였음이 드러났다.

전주시의 공익상 필요한 이유와 재량권에 대해 "고시여부가 형질변경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없으나 해당 토지는 형질변경을 허가하지 않을 공익상 이유가 없다"고 결정했다.

전주시의 60만 그루 나무심기사업은 1991년 녹색환경도시 만들기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1999년에 공공식재 및 민간식재, 특수시책사업으로 14만 3,450㎡에 14만 9,500주의 나무를 심기로 돼 있으나 해당 토지에 나무심기 계획이나 토지주에게 나무심기를 알선한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같은 해 해당 토지와 연접連接하고 있는 토지에 건물신축을 위한 토지형질변경허가를 했고 현지출장 결과 지목이 임야이나 죽목이 없는 상태라고 한 점 등을 들어 주변의 경관, 풍치, 미관의 저해보다는 민원인이 받게 될 불이익이 크다며 불허처분은 재량권을 벗어난 행위라는 결정을 내렸다.

임씨는 행정심판의 결정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고 건물을 지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000년 6월 20일 전주시로부터 개발부담금 부과대상사업 통보가 왔다. 토질형질변경 사업이 개발부담금 부과대상 사업이라며 건축물 준공후 40일 이내에 개발비용 산출내역서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 당연히 납부해야 할 돈이다. 하지만 임씨의 경우는 달랐다. 임씨가 건축허가를 신청할 당시 정부가 IMF로 인한 민간경기 촉진책으로 199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개발부담금을 면제해줬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나무심기 사업이라는 공약이 법은 물론이고 정부의 특수시책까지도 묵살한 것이다. 임씨의 입장에서는 건축허가신청을 제 때 내줬더라면 부담하지도 않아도 될 개발부담금을 물게 된 셈.
이에 대해 임씨는 전주시의 부당한 건축허가불허처분에 따른 행정심판으로 부담금을 낼수 없고 건축허가를 내기 위한 토지수용은 행정심판에 의해 소멸됐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3년이 가까이 지난 올해 3월 28일 전주시로부터 갑자기 '개발부담금 예정통지'가 날라들었다. 무려 4,082만 9,160원을 개발부담금으로 납부하라는 것이다.

건축허가를 적법하게 내주지 않은 전주시에게 책임이 있어 허가시점을 소급해야 맞다. 하지만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 소급이 가능하지만 행정심판으로는 소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임씨는 또 다시 전주시와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다. 전주시의 잘못된 행정처리로 인한 피해보상은커녕 개발부담금 부담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며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임씨는 "전주시장의 나무심기 운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공적이나 치적을 위한 공약사업을 초법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법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시장 스스로를 위하는 것이 아닌 진정 시민을 위한 공약사업을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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