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손손> 공연장면예술의전당
어렸을 때 어머님이 그러시더라. 우리 아버지가 예전에 돈이 좀 있었는데 친구랑 인쇄소를 하게됐고 그 친구 때문에 망했다고. 그래서 그렇구나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해지는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면 '우리 집도 뭐가 있었는데 외삼촌이 노름해서 망했다.' 어떤 아줌마도 '땅이 꽤 있었는데 무슨 계를 들었는데 계주가 곗돈을 가지고 도망가서 대신 물어줬다.' 이런다. 생각해보니까 다 피해자들이다. 그러면 남을 망하게 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 있을까?
생각해보면 우리 안에 그런 것들이 다 있다. 역사라는 것도, 우리 사는 것도 내 가족과 자손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지만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하고 남에게 상처 주기도 한다.
이 나라가 90년대 중반, 말까지 내가 생각하기에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점점 좋아지고 있다. 그것은 모두 피해 당하고 어떤 특정 악인 몇 사람이 피해를 입힌 것이 아니라 우리도 모르게 그런 것이다. 우리 선대나 윗사람들이 나쁜 것이 아니고 우리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동조했다. 내 안에 피해자적인 측면도 있지만 내 안이라는 것은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말한다. 내 안에 남을 해코지하고 이 나라 역사를 망치게 한 원인도 있다."
- 조씨 가문의 가족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조씨가 성에 쓰이는 조나라 조(趙,曺)씨가 아니라 조상 할 때 조(祖)씨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시대가 일대가 됐다. 내 후손이 있고 자식들이 커 나가가 시간이 흐르면 2대와 3대가 될 것이다. 과거 부끄러운 것도 있고, 잘 된 것도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옛날 살았던 것, 부끄러운 일을 알고 우리부터라도 촛불 들고 이 광야를 걸어가면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가야할 길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저는 그래서 그 아이가 연극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꼭 연극이 아니어도 된다. 일대라는 사람이 연극을 하는데 연극이 아니어도 다른 어떤 것이어도 괜찮다."
-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화해를 시도하는 장면 같아 보였다. 조상들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았다는 것을 수긍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마지막 장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수긍하기 보다 저는 이 땅에 살고, 우리들은 이 땅에 살고 있다. 내 아버지가 일본사람이던 내 할아버지가 중국사람이던 여기 지금 대한민국 사람으로 살고 있는 이상 이 땅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렇다고 국수주의나 배타적인 생각을 갖자 이것은 아니다.
화해라기보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부끄럽고 어떨 때는 창피하지만 과거를 알자 이거죠. 내 아버지 할아버지 이야기들을. 물론 우리들도 부끄러운 일들이 많지요. 그 일이 내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이 어떤 잣대로 부끄러운 부모를 볼지는 몰라도 무조건 단죄하거나 단절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알자 이거다. 어찌됐던 그들로부터 인해서 태어났으니까."
- 극 구성이 시간 순서가 아니라 퍼즐 맞추기 하듯 조각조각 떨어져 섞여있다.
"이 작품이 맨 처음 워크숍으로 공연될 때, 공연 몇 일 전까지 시간 순서대로 했는데 일단 밋밋하고 재미가 없었다. 관객한테 궁금증도 없었고. 재미있으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해서 궁극적으로 끝 부분에 가서 조상들이 다 나왔을 때, 아~ 저 사람이 저 사람의 아들이고, 아들이고, 아들이구나 이렇게 되는구나. 알게 하고 싶었다. 이것은 연극을 보는 입장에서 까다로울 수 있는데 약간 뒤죽박죽이 되어야 연극적일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