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새해 첫 해돋이를 보다

한려수도 선상일출 여행을 다녀와서...

등록 2003.01.03 09:33수정 2003.01.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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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호
2002년 12월 31일 밤 10시. 서울역 대합실은 대만원이었다. 언제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이지만 신정 연휴를 앞두고 저물어가는 한해를 상징하듯 고향에 내려가는 사람과 여행을 가는,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10시 10분경에 무궁화호 특별열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어도 여행가기 직전의 들뜨는 마음은 진정 되지 않는 법인지 어린 아이처럼 들뜨기만 했고 피곤함도 잊은 채 나와 같은 마음의 객차 안의 사람들은 술렁이고 있었다.


1월 1일 새벽 3시. 춘향이와 몽룡이가 사랑을 나눴다던 전라북도 남원땅에 기차는 멈춰섰다. 처음으로 밟아보는 전라도땅. 뭐, 목적지는 경상남도 사천의 삼천포였으므로 자다깬 몽롱한 상태에서 준비된 관광버스로 곧바로 갈아타고 삼천포로 향했다.

6시가 거의 다 되어 삼천포항에 도착해 만두 하나 달랑 들어간 허접한 떡국으로 아침을 때우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유람선을 탔다. 여지껏 여행에서 해돋이건 달맞이건 궂은 날씨 때문에 한번도 제대로된 걸 보지 못해서 이번에도 못보면 어쩌나 내심 걱정이 앞섰다. 며칠 전부터 날씨를 유심히 봤더니만 다행히도 맑을 것이라는 예보에 안심을 했었다.

유람선이라고 해서 크루즈호 같은 호화판 여객선은 아니고 그냥 허름한 배였다. 배를 타고 남해안 한려수도 뱃길을 따라 40여분쯤 가니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객실에서 꾸벅꾸벅 졸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나서 갑판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도 그 비좁은 갑판으로 나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일출을 봤다. TV에서 애국가할 때 나오는 그런 장엄한 일출을 상상했던 내 기대는 약간 실망이 없지 않았으나 그래도 거대한 자연의 순리를 지켜보는 마음만은 경건했다.

해돋이는 순식간이었다. 붉그스레한 여명 속에서 누군가 "뜬다!"는 외침과 함께 다들 "어디 어디?"라고 눈을 부릅뜨고 여명 속을 지켜보다가 마침내 저 멀리 보이는 밝고 작은 점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반달 모양이 되고 몇 분 후엔 완전한 해의 모양이 갖추어졌다.


한낮에 태양을 바로 바라볼수 없지만 해돋이 순간만큼은 맨눈으로 바라봐도 문제가 없었다. 매일마다 보는 붉은 것이 그 순간만큼은 어찌나 신비스럽고도 신기한지 눈이 빠져라 쳐다보고 또 쳐다봤다.

짧은 해돋이 시간 동안 나름대로 소원도 빌고 사진도 찍고 할 건 다했다. 날씨는 좋았지만 겨울 바닷바람이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래 동안은 버티지 못하고 금방 들어와서 선장아저씨의 친절한 가이드를 받으며 따라 남해안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유람을 마쳤다.


일출이 뜨기 시작하는 모습
일출이 뜨기 시작하는 모습구현호

구현호

구현호

구현호

클로즈업한 사진
클로즈업한 사진구현호

구현호

구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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