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의미

이회창 후보의 기자회견을 보며...

등록 2002.12.20 17:32수정 2002.12.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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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6대 대선도 막을 내렸다. 지역간의 갈등이라는 해묵은 논쟁보다는 세대간, 신구정치에 대한 논쟁에서 결국 젊고 신선한 정치가 승리한 것이다.

하루 아침에 대통령 후보에서 대통령 당선자로 지위가 바뀌어 대통령 경호실의 공식적인 경호를 받게된 노무현과, 원내 제 1당의 제왕적 위치에서 정계은퇴를 해야만 하는 이회창의 엇갈린 모습에서 '세상은 2인자를 기억하지 않는다'는 예전의 광고 카피가 생각났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무현의 지지자이다. 비록 활동은 안하고 가끔들러 글이나 읽는 수준이지만 노사모의 회원이고, 개혁적 국민정당의 발기인이었다. 물론 60억이 넘는 국민모금운동에 자발적으로 적은 돈이나마 기꺼이 냈던 사람이고...

그런데 오늘 노무현 당선자의 공식 내외신 기자회견에 이어 이회창 낙선자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회창 후보는 기자회견 도중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3차례 눈물을 흘렸다.

흔히 말하는 'KS마크(경기고-서울대 출신)'를 달고 서울대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법대를 나와 사시를 패스하고 대법관에 선관위 위원장, 감사원장, 국무총리... 게다가 두번의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에까지... 그의 인생은 한마디로 평탄한 길이었고 실패를 모르고 오로지 앞만보며 걸어온 인생이었다.

그런 그에게 연이은 두 번의 대선 실패, 더군다나 상대가 모두 상고 출신의, 이번 대선의 경우 물론 노무현도 법관 출신이긴 하나 이회창과 비교해 볼 때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그런 미천한(?) 출신에게 져서 자의건 타의건 패배의 모든 책임을 지고 정계를 은퇴해야만 하는 그에게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마따나 어찌 회한이야 없을까...

그가 기자회견 도중 말을 잇지 못하고 감정을 추스리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나는 처음으로 이회창이라는 사람에게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았다. 그동안 보아왔던 모습중에 가장 거짓없고 가장 소박한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적으로 동정이 간다. 그도 어쩔수 없는 한낱 '감정의 동물'이었던 것이다. 온갖 비리에 연루 의혹이 있었던 사람이고 그를 지지하기는 커녕 비판에 앞장서온 나이지만 오늘본 그 모습에선 왠지모를 처연함마저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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