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경기경선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정동영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동영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저, 유시민입니다.
이 무더위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건강하시죠?
홈페이지 게시판이 무척 활발한 것 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정 의원님을 좋아하는 분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군요.
학교 선배 되시고, 또 잠깐이기는 하지만 저도 방송물을 먹은 터라 방송계 선배라고도 할 수 있겠죠. 아직 술 한 잔 함께 한 적은 없지만, 정서적으로는 무척 가깝게 느끼고 있습니다.
혹시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 시사평론가나 칼럼니스트로서 하던 일 다 집어치웠습니다. 인터뷰나 뭐 그런 일로는 다시 뵐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칼럼 집어치우면서 민주당 욕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제 성질을 잘 다스릴 만큼 성숙하지 못한 탓이겠지요.
오늘 저는 잠시 주말 시간이 난 김에 갑작스럽게 공개된 게시판을 통해 편지를 드립니다.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도 답답해서 하소연 삼아 쓰는 편지입니다.
정 의원님은 지난 봄 민주당 국민경선 지킴이를 자임하면서 끝까지 뛰셨습니다. 정 의원님의 능력이나 철학에 회의를 가진 사람들 중에도 그런 자세만큼은 높이 평가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던 것을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 의원님의 이미지는 방송앵커 출신의 잘생긴 젊은 정치인과 아울러 국민경선을 완주한 대통령 도전자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정 의원님의 정치행로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터놓고 여쭈어 보겠습니다. 정 의원님의 국민경선 지킴이 역할은 경선을 완주한 순간 끝난 것입니까? 지난 석달 동안 낙선자인 이인제씨 진영이 조선일보와 똑같은 논리로 당선자인 노무현 후보를 공격한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같은 편에 섰던 동교동계의 정균환 의원 등이 어떤 모양이 될지도 모를 신당을 하겠다며 노 후보의 후보 선사퇴를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들에게 그럴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보십니까? 이것은 경선불복이 아닙니까? 그들이 힘으로 밀어붙여 노 후보를 낙마시킨다면 이것은 국민경선의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 아닙니까? 정 의원님은 이 모든 것이 윤리적 정치적으로 등가적인 정치인들 사이의 세력다툼이라고 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