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사서류에서도 학력란 없애라"

교육단체들 폐지 찬성, <조선>은 '색깔론' 동원 공세

등록 2002.01.24 19:07수정 2002.01.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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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완상 부총리
한완상 교육부총리가 최근 국무회의 석상에서 기업 채용서류에 학력란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가 관료들로부터 된서리를 맞자 대부분의 언론들도 사설 등을 통해 이에 가세했다. 심지어 '학벌란 폐지 주장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면서 색깔론까지 들고 나왔다.

하지만 교육 관련 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학력란 폐지'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또 학력란 폐지 시민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한편 지방선거와 대선 주자들을 대상으로 공약운동을 전개해나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교조 이경희 대변인은 "단순히 타부처 장관들과 협의를 못했다고 묻힐 사안이 아니다"면서 "학벌문화를 없애고 공교육을 제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학력란 폐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몇몇 특수목적고(과학고, 외고)를 더 만든다고 입시문제가 해결될 리 없으며 시간이 지나면 이들 특목고 역시 또 다른 학벌사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단체들, "학력란 폐지" 한목소리

▲ 시민.교육단체들이 '학력란 폐지운동'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는 내용의 대한매일 24일자 1면기사
학벌없는 사회만들기(이하 학사모)와 서초·강남 지역 교육시민모임 또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력란 폐지를 위한 시민운동(가칭)"을 공동으로 펼쳐나가기로 했다. 학사모의 이공훈 운영위원은 "기업에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벌의식을 없애기 위해 학력란 폐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회장도 "입시 위주 교육을 정부가 선동하고 있는 셈"이라며 "학력·학벌 폐지운동을 통해 학벌이 아닌 경력으로 평가받도록 하자"고 밝혔다.

두 단체는 앞으로 있을 대통령, 지자체 선거에서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학력란 폐지를 요구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도 24일 성명을 내고 "일류대 입학이 곧 출세보장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고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위해 올해를 학벌타파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학부모회는 정부가 먼저 학벌파괴에 앞장서라고 요구했다. 정부인사 서류에서도 학력란을 없애고 정부인사 발표시 출신학교 보도를 자제하라는 것이다.

신귀희 사무처장은 "입시철마다 되풀이되는 입시성적에 따른 대학별 줄세우기도 그만두어야할 행태"라고 지적했다.


"정부 인사서류에도 학력란 없애라"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모임(이하 학벌없는 사회) 역시 한 부총리의 주장에 동의하며 학벌타파를 위해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학벌없는 사회는 나아가 "학벌사회, 한국의 파벌"이라는 제목으로 기획 캠페인을 준비 중이며 오는 26일 문예아카데미에서 이이화 교수(민족문제연구소)와 "한국의 파벌"을 주제로 토론회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한 부총리에 대한 교육 관련 단체들의 이런 반응과 달리 대부분의 신문들은 '학력란 폐지'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동아>는 '교육부총리의 학벌타파'라는 제목의 칼럼(24일)에서 교육부는 "학벌 타파보다 학력 높이기에 더 신경쓰라"고 주문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학력란 없애면 학벌주의 타파되나"라는 사설(24일)에서 "한 부총리의 주장은 한건주의식 정책"이라며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마저 하향평준화 하려느냐"고 부총리를 꾸짖었다.

<조·중·동>, '한건주의 정책' 비판에서 색깔론까지 등장

경제 일간지 역시 한결같이 한 부총리의 제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인력을 어떻게 뽑든 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주된 목소리였다. <한국경제>는 "학벌무용론이 곧 인력의 하향평준화로 갈 우려"가 있다는 기사(24일)와 함께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시장원리와 경쟁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사설(한부총리의 학력란 폐지 발상, 24일)을 실었다.

<매일경제> 역시 "학벌주의 타파 시장에 맡겨라"라는 사설(24일)에서 학벌주의 타파는 시장에 맡기고 교육부는 대학평가부터 챙기라고 주문했다.

▲ 조선일보 24일자 사설
가장 격한 어조로 반응한 신문은 <조선>이었다. <조선>은 "관상보고 뽑으라고?"라는 칼럼(24일)에서 대기업 관계자의 입을 빌어 한 부총리의 주장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하면서 "시민단체들을 앞세워 ‘홍위병식 학벌 평준화’를 밀어붙인다고 (학벌문화가) 없어질 문제일까"라며 글을 맺었다.

아울러 같은 날짜 사설은 한 부총리는 "창발성 운운했던 장본인"이라면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닌", "위헌적일 수도 있는" 정책을 내놓은 한 부총리의 자질론을 들먹였다. 정책논란을 넘어 색깔론까지 가세시킨 셈이다. .

김용갑 의원(한나라당)도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완상 부총리의 학력철폐 주장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주장과 함께 한 부총리의 자진 사퇴와 대통령의 해임을 촉구했다.

하지만 <한겨레>, <대한매일>, <국민> 등은 사설과 칼럼에서 교육부의 대책이 즉흥적이기는 하나 학벌타파와 능력 중심의 사회 만들기라는 목소리는 새겨들어야 한다면서 반론을 폈다.

<한겨레>는 24일자 "우리시대의 과제, 학벌타파"라는 사설에서 마치 호구조사와 같은 이력서의 폐해를 꼬집었다. <대한매일>은 "학력과 학벌은 구분돼야(24일)"라는 사설을, <국민>은 "학벌타파(24일)"라는 칼럼을 각각 싣고 학벌타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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