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급 정신지체 장애인의 자원봉사

민종배 씨, 세계자원봉사의 해 기념 장관상

등록 2001.12.06 01:05수정 2001.12.0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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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세계각국에서 수고하는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자 UN이 정한 '2001 세계자원봉사자의 해'이다. 우리나라도 각계각층에서 수고한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12월 5일, 바로 어제 '세계자원봉사자의 날'에 기념식을 갖고 그 동안 수고한 모범 자원봉사자들에게 정부포상을 수여했다.


그러나 올해 이 행사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 한 복지관의 노인주단기보호소(일명 탁노소)에서 8년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자원봉사를 한 민종배(35) 씨가 그 동안의 공적을 인정받아 행정자치부(장관 이근식) 장관상을 수상한 것이다. 봉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봉사를 한 공로를 인정받았으니 정작 봉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할 말이 없다.

민종배 씨는 현재 정신지체장애 1급 장애인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정신지체와 심장병 등의 합병증과 가난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따돌림으로 인해 중학교를 중퇴한 전형적인 소외계층의 삶을 살아왔다.

27살 때 심장병 수술을 받은 후 1991년에 '한국 다운증후군 부모회'와 만나게 되어 장애아동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2년 간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민 씨의 봉사활동의 시작이었다. 이후, 1994년부터는 노원구 중계3동에 위치한 평화종합사회복지관의 탁노소에서 치매 및 뇌졸중 노인들을 위해 대소변처리, 목욕, 청소, 말벗, 식사 배식 등의 활동을 전개하여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복지관 측에서도 1996년, 1998년, 2000년 세 차례에 걸쳐 우수자원봉사자로 인정, 표창한 바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달에는 노원구 자원봉사대축제 자원봉사수기공모전에서 "봉사하면 정신이 맑아져요'라는 제목의 수기를 응모, 장려상을 받기도 해, 겹경사로 주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민 씨는 현재 평화종합사회복지관의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인 열림방에 출석하며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있고, 수시로 탁노소에 들러 늦은 저녁까지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기분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됐다"며 짧은 답변과 환한 표정으로 소감을 대신하는 민 씨는 "선생님들이 고생이다"며 오히려 복지관의 사회복지사들의 노고를 염려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보여주었다.

한편 한국자원봉사단체협의회에서 주최, 주관한 이날 행사는 오후 1시부터 4시 반까지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렸으며, 행정자치부 이근식 장관이 직접 상을 전달하였다.

덧붙이는 글 | - 2001 노원구 자원봉사대축제 자원봉사수기공모 장려상 수상작의 일부를 발췌하여 싣습니다 -

봉사하면 정신이 맑아져요

......그동안 8년 간 치매 할머니, 할아버지를 내 손으로 보살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아침 일찍 노인주단기보호소에 들러 치매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대소변처리를 돕고 목욕을 해 드리며, 또한 저녁에는 치매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배식을 돕고 이부자리를 깔아드리며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보살피는 수발을 하였다. 

   처음에는 할아버지들의 기저귀를 갈아드리는 일에 구역질이 나기도 하고 더럽기도 했지만 나의 손길로 인해 그분들이 조금이나마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냄새조차 향기로 느껴졌다. 

   사실 나는 정신지체 장애1급이다. 주위에서 나를 정신병자라고 손가락질하며 놀려대고 병신이라고 무시할 때 나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 그러나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치매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내 손으로 도우면서 그러한 잡념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정신도 맑아져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자원봉사활동은 나의 정신치료약인가 보다. 

   나는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내 손으로 인해 편히 지낼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이 보람되었다. 나는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제일 좋다. 왜냐하면 나도 나이가 들어 늙게 되고 이제 곧 40, 50이 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잘해야 나의 자손들이 그것을 본받아 내가 늙어서 자손들도 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잘하지 못하면 자손들도 잘하지 못하게 될 게 분명하다.
 
(중략)
그리고 나는 그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내 손으로 보살핌을 받으면서 병으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울었다.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돌아가셨을 때가 가장 슬프다. 더 잘해 드릴 수 있었을 텐데... 이제 후회해야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냥 후회만 남을 뿐이다. 그래도 나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제일 복 받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복지관에 와 보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중략)
   세상에는 참 다양하고 잘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든지 자기 주변의 어려운 분들을 돕는 일에 조금이나마 신경을 써서 도와준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게 변화될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있는 봉사는 아주 작고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보잘 것 없는 일이지만 나로 인해 치매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나를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봉사하도록 하게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01 노원구 자원봉사대축제 자원봉사수기공모 장려상 수상작의 일부를 발췌하여 싣습니다 -

봉사하면 정신이 맑아져요

......그동안 8년 간 치매 할머니, 할아버지를 내 손으로 보살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아침 일찍 노인주단기보호소에 들러 치매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대소변처리를 돕고 목욕을 해 드리며, 또한 저녁에는 치매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배식을 돕고 이부자리를 깔아드리며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보살피는 수발을 하였다. 

   처음에는 할아버지들의 기저귀를 갈아드리는 일에 구역질이 나기도 하고 더럽기도 했지만 나의 손길로 인해 그분들이 조금이나마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냄새조차 향기로 느껴졌다. 

   사실 나는 정신지체 장애1급이다. 주위에서 나를 정신병자라고 손가락질하며 놀려대고 병신이라고 무시할 때 나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 그러나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치매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내 손으로 도우면서 그러한 잡념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정신도 맑아져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자원봉사활동은 나의 정신치료약인가 보다. 

   나는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내 손으로 인해 편히 지낼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이 보람되었다. 나는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제일 좋다. 왜냐하면 나도 나이가 들어 늙게 되고 이제 곧 40, 50이 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잘해야 나의 자손들이 그것을 본받아 내가 늙어서 자손들도 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잘하지 못하면 자손들도 잘하지 못하게 될 게 분명하다.
 
(중략)
그리고 나는 그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내 손으로 보살핌을 받으면서 병으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울었다.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돌아가셨을 때가 가장 슬프다. 더 잘해 드릴 수 있었을 텐데... 이제 후회해야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냥 후회만 남을 뿐이다. 그래도 나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제일 복 받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복지관에 와 보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중략)
   세상에는 참 다양하고 잘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든지 자기 주변의 어려운 분들을 돕는 일에 조금이나마 신경을 써서 도와준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게 변화될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있는 봉사는 아주 작고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보잘 것 없는 일이지만 나로 인해 치매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나를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봉사하도록 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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