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은 '운동권'의 전유물인가

한총련의 문제는 '이적성'에 국한될 수 없다

등록 2001.08.10 11:55수정 2001.08.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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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민주화에 큰획을 그었던 4.19나 6월항쟁은 책상을 박차고 뛰어나갔던 학생들의 열정이 없었더라면 시작도 못해봤을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민주화가 이만큼이라도 이루어지기까지 민주화 투쟁에서 학생운동의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학생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도 학생운동의 밑거름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학생운동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국민들은 고사하고 주체가 되어야할 학생들의 호응도 싸늘하기 그지 없다. 이제 학생운동은 '소수 운동권의 전유물'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우리는 학생운동의 본산인 한총련을 비판하기에 앞서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해 고립시킨 정부나 학생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대다수 언론들, 그리고 자기 발전에만 관심있는 대다수 학생들에게 책임의 일부를 지울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책임은 학생운동을 '운동권의 전유물'로 전락시킨 운동의 '본산'에 있다.

요즘 보수 언론들이 개혁세력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물론 탈세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언론들이 자기반성을 등한시 한 채 권력과 영합해왔다는 것이 오늘날 비판 받는 언론을 만든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운동권의 본산'에게도 묻고 싶다. 과연 그들이 투쟁의지 외에 반성의지를 가져 본적은 있는가? '운동'하다 죽은 학생은 열사로 추모하면서 자신들로 인해 죽은 '비슷한 또래'의 전경(전투경찰)을 위해 단 한번 애도라도 한적이 있는지, 자신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가 대다수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는 있는지, 남한 정부는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북한 정부에게 쓴소리 한번 해볼 수는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어제 MBC에서 한총련 관련 토론회를 방영하였다. 그 프로그램의 패널로 나온 한총련 전 의장이 '우리는 그동안 말할 창구가 없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말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라고 하는 말은 정말 공감이 갔다.

언론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는 보도하지 않고 무조건 이적단체로만 몰고가니 그들이 분노할만도 하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도 한총련이 반정부적 성향을 가지고는 있을망정 이적단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총련의 문제는 이적성향에 관한 시시비비에 국한될 수 없다. 학생운동이 민주화를 일궈온 수십년의 세월과 그것을 위해 그들의 선배들이 흘린 피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총련이 진정 '총학생'들의 대의를 반영하고 자신들의 잘못도 인정하고 반성할 수 있는 건강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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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글쓰기 분야 [주장]분야. 자신있는 글쓰기 분야 [수필]. 가입이유는 내 주장을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말하면서 검증받고 답답한 현실을 토로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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