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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전락한 전동킥보드, 해결 방법은?

보행자 통행 방해는 물론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개인형 이동장치의 불법 주·정차 행태

등록 2024.10.02 14:19수정 2024.10.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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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횡단보도 한 가운데에 떡하니 세워진 전동킥보드. 횡단보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야기한다. 보행이 적은 곳에 주차하는 도덕과 미덕이 아쉽다.

횡단보도 한 가운데에 떡하니 세워진 전동킥보드. 횡단보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야기한다. 보행이 적은 곳에 주차하는 도덕과 미덕이 아쉽다. ⓒ 김관식


# 1. 퇴근 후 횡단보도를 건너던 기자가 불법주차한 전동키보드를 사진 촬영 후 한쪽으로 이동시키자 지나던 주민이 "얼마 전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요거(전동킥보드)에 부딪쳐 병원 신세를 졌다. 왜 아무데나 세워놓는지 모르겠다. 단속 좀 강화하면 안 되나"며 볼 때마다 화가 치민다고 했다.

# 2. 어느 날, 늦은 저녁 시간. 아파트 간이 출입구에 세워진 전동킥보드. 이곳에 사는 주민 A씨는 보다 못한 듯 킥보드를 발로 차버리며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이런 것 좀 없앴으면 좋겠다. 이런 거 왜 만들어가지고! 불편해 죽겠네"라며 재차 짜증냈다.

많은 이로부터 애물단지가 돼 버린 전동킥보드. 공공 도로를 운행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엄밀히 말해 자동차관리법상 오토바이와 동일한 이륜자동차(개인형 이동장치)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엄밀히 말해 ① 전동킥보드, ② 전동이륜평행차, ③ 전동기의 동력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고,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 이상 보유자만 운전할 수 있으며, 특히 보도로 통행할 수 없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의2 및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2조의3).

무엇보다 전동킥보드는 출발지와 목적지를 이어주는 '퍼스트 라스트 마일(First Last Mile)' 이동 수단으로 등장 초기부터 주목 받았다. 하지만, 사업자의 안전의식 부재와 관련 법령 미비, 이용자의 올바른 이용 행태를 갖추진 못한 공공의식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그중에서도 주·정차 문제와 관련한 민원은 어디에서도 끊이지 않는다. 길을 오가다보면 많은 킥보드가 무질서하게 세워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 인근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것은 물론, 어린이나 노인의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골목으로 진입하는 자동차 통행에 불편함을 끼치는 건 다반사다.

a 도로에 쓰러진 공유자전거 자동차의 진입과 보행자의 이동에 방해는 물론 2차 사고 야기가 우려된다.

도로에 쓰러진 공유자전거 자동차의 진입과 보행자의 이동에 방해는 물론 2차 사고 야기가 우려된다. ⓒ 김관식


올바르지 못한 주·정차도 문제지만 혹여나 전동킥보드나 공유자전거가 추가로 가해진 물리적 힘으로 쓰러졌을 경우, 이로 인한 2차 사고 발생 우려도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정부나 지자체의 단속이나 사업자의 예방 대책은 아직은 요원한 상태다.

인근 위성도시로 나아가면 더 가관이다. 지하철 개통이 얼마 되지 않아 도로 통행이 성숙하지 않은 시점에 전동킥보드와 공유자전거가 빠르게 스며들면서 버스 정류장과 택시승강장은 물론 횡단보도와 교통약자 엘리베이터 입구, 횡단보도 진입로, 점자블록 위 등 대부분의 주요 도로와 시설물을 장악하고 있다.


a 하남시청역(지하철 5호선) 6번 출구 인근 자전거 주차장. 구획을 보면, 기껏해야 한두 대밖에 세울 수 없는 공간이다. 정책이 실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다. 게다가 세로로 주차해야 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보이는 방향 중심으로 세로로 주차하면 두 대, 가로로 주차하면 네 대는 족히 세울 수 있지만 무방비다. (사진 가운데) 바퀴달린 이동용 손잡이는 아예 쓰러져 있다. 이 근처에 무수히 많은 전동킥보드, 공유자전거 등이 무질서하게 주차돼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돼 다각적인 안내 문구가 필요해 보인다.

하남시청역(지하철 5호선) 6번 출구 인근 자전거 주차장. 구획을 보면, 기껏해야 한두 대밖에 세울 수 없는 공간이다. 정책이 실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다. 게다가 세로로 주차해야 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보이는 방향 중심으로 세로로 주차하면 두 대, 가로로 주차하면 네 대는 족히 세울 수 있지만 무방비다. (사진 가운데) 바퀴달린 이동용 손잡이는 아예 쓰러져 있다. 이 근처에 무수히 많은 전동킥보드, 공유자전거 등이 무질서하게 주차돼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돼 다각적인 안내 문구가 필요해 보인다. ⓒ 김관식


a 하남시청역(지하철 5호선) 인근에 주차한 전동킥보드와 자전거 주차 모습. 자전거 주차장 맞은편 좁은 인도에 오래도록 줄지은 전동킥보드. 인근 주민의 통행에 방해가 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쓰러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곳 전동킥보드는 저녁 즈음에 다시 각각 인가로 흩어져 또 다른 불편함을 야기한다.

하남시청역(지하철 5호선) 인근에 주차한 전동킥보드와 자전거 주차 모습. 자전거 주차장 맞은편 좁은 인도에 오래도록 줄지은 전동킥보드. 인근 주민의 통행에 방해가 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쓰러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곳 전동킥보드는 저녁 즈음에 다시 각각 인가로 흩어져 또 다른 불편함을 야기한다. ⓒ 김관식


국군의 날인 10월 1일 오전 11시 20분. 경기도 하남시청역 인근은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비롯해 전동키보드와 공유자전거로 빼곡했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시민에게 "늘 이렇게 역 주변이 전동킥보드와 자전거가 늘어져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한번 출근 시간에 와보세요. 사실 대부분의 자전거나 킥보드가 인도를 다니는데, 직장인부터 서울로 학교를 다니는 고등학생이 주로 타고 와요. 자기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은 그래도 근처에 안전하게 세워놓는데, 문제는 빌린 (공유) 자전거와 킥보드예요. 제가 몇 번이나 한쪽으로 치웠나 몰라요. 또, 주차 자리도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예요. 이것도 아침마다 스트레스입니다."


저전거 역시 차량에 속한다. 주차장법을 보면, 자전거도 전동킥보드도 불법 주차 시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a 하남시 전동킥보드 방치 신고 접수 오픈 채팅방. 참여해서 의견을 남겨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제대로 운영될리 만무하다.

하남시 전동킥보드 방치 신고 접수 오픈 채팅방. 참여해서 의견을 남겨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제대로 운영될리 만무하다. ⓒ 김관식


취재 현장인 하남시에선 킥보드 운영 업체가 참여중인 '카카오톡 오픈채팅 하남시 전동킥보드 방치 신고 접수'를 운영하고 있었다. 오픈채팅 공지에는 전동킥보드가 방치된 정확한 주소(발생 위치)와 현장 사진(전동킥보드 및 주변환경 잘 나오게), 업체브랜드명, 기기 일련번호 등을 구체적으로 올리면 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해당 오픈 채팅방에서 확인한 몇몇 글들은 이곳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단톡방 하나 만들어놓고, 민원인과 운영업체 간에 직접 해결하란 식이면 그만인가요? 대책수립도 없이 개선하지 않고 계속 방치할 거면... 공지 내리시는 게 어떨지?'

'신고해도 계속 발생하는데 (이 방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그렇다면, 전동킥보드가 제일 집중돼 있는 서울시는 어떨까. <내손안의서울> 홈페이지를 접속해보니 "민원 신고 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가 자율적으로 조치할 수 있도록 3시간의 유예시간을 부여한다. 유예시간 동안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에서 수거 및 재배치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견인업체에서 견인한다"며 "견인된 공유 전동킥보드는 견인보관소에 보관되며 대여업체는 견인료 4만 원에 30분당 700원의 보관료를 지불한 후 찾아갈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또 "현재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돼 있어서 보도에 주차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공유 전동킥보드 주차 가능 구역은 어디일까? 개인형 이동장치 주차시설 미비와 이용자 편의 등 현실을 고려해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가로수, 벤치, 가로등, 전봇대, 환풍구 등 주요 구조물 옆, 자전거 거치대 주변 및 따릉이 대여소 주변에 주차를 권장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전동킥보드 주차 관리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이용자들과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능동적인 단속 없이 시민의 자발적인 신고에 의지해 정책을 이어가는 건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오해와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a 일본 한 소도시의 자전거 주차장. 기차역이나 지하철 인근에 넉넉한 자전거 주차 공간이 있어 불법 주정차는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전동킥보드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책과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사업화는 그만큼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일본 한 소도시의 자전거 주차장. 기차역이나 지하철 인근에 넉넉한 자전거 주차 공간이 있어 불법 주정차는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전동킥보드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책과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사업화는 그만큼 부작용을 낳게 된다. ⓒ 김관식


백 번 양보해 공유 전동킥보드와 자전거는 모빌리티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사업자의 모토대로 '빠르고 편리하게 일상을 바꾼다'든지 '차를 위한 도시를 사람을 위한 도시로' 등의 구호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상은 쓰레기처럼 널려 있는 흉물뿐이다.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역시 이권에 따른 사회적 이면(부작용)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시장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산업을 키우는 데만 몰입하고 있는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또, 2020년 처음 이 모빌리티 사업이 시장에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효과적인 대안과 대책, 캠페인도 전무하고, 관련 지자체의 적극적인 단속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또한 문제인 듯하다.

성숙하지 못한 전동킥보드 및 공유자전거 운영행태로 멍드는 사람은 결국 이용자와 보행자다. 따라서, 신고를 유도하고 과태료를 부과하기 앞서 올바른 이용 방법과 주·정차를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이용자 역시 성숙한 주·정차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소한 사람이 오가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안전한 곳에 주차하도록 신경 쓰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전동킥보드에서 내리는 순간, 모두가 보행자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은 나 자신과 내 가족을 위한 길이기도 하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글쓴이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전도킥보드 #도로교통법 #이륜자동차 #개인형이동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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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잡지교육원 전임교수. 사소한 것일 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화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아파하는 곳을 찾아갑니다. seoulp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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