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부산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배성민
2022년 가을 영어를 가르치는 이주노동자들이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에 가입했다. 보통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라고 하면 건설, 제조업, 농업 등에 종사하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로 생각한다. 미국, 영국 등 제1세계 강사 노동자들 또한 한국에 취업비자를 받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한국 사회 분위기가 미국 사람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당연히 노동조건도 다른 이주노동자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의 근로계약서를 보고 처참한 현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그들이 특권을 가진 계급이 아닌 노동자였기 때문에 열악한 노동조건은 다를 바 없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강제 연차휴가 문제였다.
A학원 대표는 영어 강사 노동자 근로계약서에 '회사에서 지정한 쉬는 날을 연차로 처리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학원 데이'라는 명목으로 월 20일을 의무적으로 일하게 하고 나머지 평일은 휴가를 부여했다. 하지만 유급 휴가는 아니었다. 법정 공휴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20일을 초과하는 평일에 대해 연차휴가를 강제로 쓰게 하였다.
근로기준법 제46조에 '사용자의 귀책 사유로 휴업을 하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했지만 오히려 연차휴가를 강제로 사용하게 했다.
2022년 11월 외국인 영어 강사 노동자들은 연차 유급휴가 지급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부산고용노동청 동부지청에 제출했고, 2023년 6월 인정받아 체불 임금을 지급받았다. 노동자 근로계약서에 개별 합의가 있더라도 '학원 데이'에 강제로 노동자의 연차를 사용하게 할 수 없다고 노동청에서 판단한 것이다.
2021년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연차휴가를 국가공휴일과 명절 등으로 대체한 사용자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개별 노동자의 합의로는 연차휴가를 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근로자대표의 서면 합의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근로기준법 24조 3항에서는 근로자대표를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62조에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연차유급휴가일을 갈음하여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즉 노동자 과반 이상이 동의하여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면 사용자가 지정하는 휴일에 연차로 대체할 수 있다.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확장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