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집필자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남기업
- 부동산 문제 해법으로 토지배당을 제안한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을 발간하셨습니다. 2005년부터 관련 주제를 연구하셨다고 들었는데요.
"2005년 초에 토지공개념 원류라고 할 수 있는 헨리 조지 사상으로 박사논문을 마쳤어요. 그 사상을 공부하면서 노동과 자본 양쪽 모두를 괴롭히는 게 바로 토지라는 걸 알게 됐죠.
토지가 노동을 괴롭히는 방식은 주로 땅값을 뛰게 해서 높은 집값을 만들어 노동자들의 주거를 위협하는 것이고요. 자본을 괴롭히는 방식은 모든 생산 활동은 땅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땅값이 비싸면 생산 활동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에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토지가 노동과 자본을 '대립'하도록 만들더라고요. 그때부터 토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쭉 활동해 왔으니 벌써 20년이 다 됐네요."
- 책은 어떻게 집필하시게 된 건가요?
"연구소 후원자 중 한 분이 제안을 주셨어요. 토지배당제가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인 만큼 일반 시민들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책을 써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시면서요. 준비는 2022년 여름부터 시작했고, 작년 초부터 공동집필자들과 함께 직접 시뮬레이션도 해 보면서 논리를 가다듬었죠.
물론 토지배당제를 이 책에서 처음 제안한 건 아니에요. 2017년에 처음 등장했는데요. 당시 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캠프에 참여했었는데 그때 이 후보가 주장한 부동산 공약 중 하나가 '국토보유세'였습니다. 그것이 현 토지배당제의 출발이고, 좀 더 완성된 형태로 2022년 대선 공약으로 제출되었었죠. 대선 후 2022년 여름부터 이론과 시뮬레이션을 보완하면서 출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 어떤 책인지 내용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1부에서 땅이 왜 중요한 주제인지 설명해요. 2부에서는 토지를 배당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게 된 배경을, 3부에서는 토지배당제의 구체적 방법론을 썼어요. 4~5부에서는 토지배당제가 실시되면 모두가 받아볼 배당고지서를 토대로 90% 이상의 시민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요. 부록에는 과세 체계와 중장기 로드맵, 그리고 논문 형태인 '새로운 분배정의론 구상'이 들어 있습니다."
- '토지배당제'가 뭔가요?
"개인과 법인이 가진 모든 토지를 합한 후 보유세를 부과해 그 세금을 전체 국민에게 똑같이 분배하는 것이에요. 즉 토지보유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한 제도인데요. 주택 혹은 부동산 문제의 원인은 건물이 아니라 '땅'입니다. 땅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 즉 불로소득이 문제의 뿌리인데,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면 그 불로소득의 규모가 줄어들죠. 즉,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가 잘 안 일어난다는 겁니다.
토지배당제는 이렇게 거둔 토지보유세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먼저는 땅이 없는 사람들이 바로 정책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이 줄어들고, 주거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제도죠."
땅은 정말 누구의 것인가
- 이미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있는데 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가요?
"지금의 종부세는 한계가 많아요. 종합이라고 하면 모든 걸 합칠 것 같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만약 누군가 밭, 빌딩, 집을 모두 가졌다고 가정해 볼게요. 종부세는 이걸 합산해서 부과하지 않아요. 밭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빌딩이 깔고 있는 땅은 땅대로, 집은 집대로 세금을 부과하죠. 또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기도 해요.
그리고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이 종부세를 내야 할 당사자인데, 이들의 조세저항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부담자가 아닌 사람들은 무관심하고요. 그래서 현재의 종부세는 정책 지지자를 많이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게 바로 토지보유세를 거둬서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는 토지배당제라는 거죠."
- '배당'이라는 용어 때문에 사회주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토지배당제는 개인 노력의 산물이든, 토지에서 발생한 이익이든 상관없이 모든 결과물을 공평히 나누자는 게 아니에요. 애초부터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해 오던 '토지'에서 나오는 이익을 나누자는 거죠. 토지 개량물의 가치는 제외하고 토지 그 자체에서 나오는 가치를 공유하자는 것이에요.
그러므로 사유재산제를 침해하는 게 아니지요. 가령 강남 집값이 비싼 이유는 수십 년간 중앙정부가 강남 중심 정책을 취했기 때문이잖아요. 정부나 사회의 노력으로 땅 가치가 상승했으니 그걸 거둬서 똑같이 나누자는 거지요.
토지를 국유화해서 n분의 1로 나누는 게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어요. 소유권은 그대로 두되 거기서 나오는 이익의 일부를 거둬서 똑같이 나누는 제도죠. 이렇게 되면 앞에서 말했듯이 투기를 줄일 수 있어요. 투기가 없는 시장이 더 좋은 시장 아닌가요? 그러니까 토지배당제는 오히려 시장을 더 '시장답게' 만든다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