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마을 농촌에너지전환 마을 모식도
이도헌
"가축분뇨를 에너지로!" 독일에는 가축분뇨를 혐기소화해서 메탄을 만드는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1만 개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명박 정부에서 '저탄소 녹색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바이오가스가 본격화되었지만 축분을 유입해야 하다 보니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마을 사람도 아닌 서울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다 귀농한 이도헌 대표는 어떻게 원천마을에서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시도할 수 있었을까?
결성면 금곡리 원천마을에는 34가구가 살고 있는데, 이 대표가 2013년도에 귀농해 처음 한 일은 주민들과 함께 '우리 마을 잘 먹고 잘사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자립마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똥이 많으니 에너지자립 방법을 바이오가스플랜트로 잡았다.
마을에서 폭염에 돼지가 죽어 나가고 농작물 피해 규모도 커지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그렇게 마을발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2014년 원천마을의 미래를 "마을과 축산이 상생하는 에너지자립 마을"로 잡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원천마을은 어떻게 변했을까?
원천마을 10년의 에너지자립 노력
마을에서는 2016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추진을 합의했고, 마을 전체의 자립을 위해 주택 태양광과 지열 보급을 시작했다. 태양광 발전 설비는 현재 빈집을 제외한 모든 가구에 설치했다. 2018년에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이 확정되고, 같은 해 '패시브하우스'(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된 주택) 개념의 돼지 축사를 준공했다. 에너지 생산보다 중요한 것이 효율 개선이었고, 패시브하우스로 지은 축사는 돼지 사육에도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했다. 또한 마을주택 단열조사를 실시하는 등 '농가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도 진행했다.
2020년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완공되면서 마을기업 '머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머내'는 원천마을의 옛 이름이다. 머내협동조합은 '농업·농촌 RE100(재생에너지 100%) 실증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주민 공동으로 설치·운영하는 500㎾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 절반은 원천마을 주민에게 제공하고, 나머지 절반은 인근 마을의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원천마을은 농촌이 겪는 기후위기와 그 속에서 에너지자립 마을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원천마을 동화'를 2권이나 펴냈다. 2014년부터 매년 마을 자치로 '조롱박 축제'를 여는 등, 마을의 이야기를 문화와 연결하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