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 림짜른랏 까우끌라이당 대표가 지난 7월 19일 방콕에서 의회를 떠나며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까우끌라이당을 비롯한 야권 8개 연합은 지난 13일 총리 선출 투표에서 과반 획득에 실패한 피타 대표를 후보로 재지명했으나 이날 투표 자체가 군부 진영 상원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에 5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피타 대표의 총리 도전이 멈추게 됐다.
연합뉴스/AP
태국총선이 끝난 지 이미 3개월이 지났으나 아직도 총리를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총선에서 제1당이 된 까우끌라이당(전진당)이 두 차례씩이나 총리선출에 실패하자 제2당 프아타이당이 총리선출권을 물려받았지만, 그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여야 주요 정당은 모두 6개 정당이었다. 여권의 친군부 보수정당은 팔랑쁘라차랏당, 루엄타이쌍찻당, 품짜이타이당, 쁘라차티빳당(민주당)이며, 야권의 반군부 개혁정당은 프아타이당과 까우끌라이당(전진당)이다.
선거 결과 까우끌라이당이 하원 500석 중 151석(지역구 112/비례대표 39)을 차지해 제1당이 되었으며, 탁신 친나왓(74) 전 총리 지지 세력인 프아타이당은 141석(112/29)을 차지해서 제2당이 됐다. 여권의 핵심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은 40석(39/1)을 얻는 데 그쳤으며, 분당해 나간 루엄타이쌍찻당은 36석(23/13)을 얻었다. 여권에서 유일하게 존재감을 과시한 정당은 품짜이타이당인데 71석(68/3)을 얻어 제3당으로 올라섰다. 또 다른 여권 정당인 쁘라차티빳당은 25석(22/3)을 얻는 데 그쳤다.
5월 총선, 야권의 승리
이번 총선에서 1, 2당을 모두 차지한 야권은 확실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정권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당제와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태국의 경우 제1당이 됐다고 해서 반드시 총리를 배출하고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제1당에만 연정을 구성할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총선 후 3개월 동안 연정 구성과 총리선출을 위한 합종연횡의 수 싸움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유이다. 이외에도 정치권 밖의 변수도 중요하게 작동하여 고도의 정치게임이 벌어지게 된다.
2014년 쿠데타 후 군사정권 하에서 만들어진 2017년의 헌법은 '다음 정부는 하원 의원 500명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지 않으나, 양원(750명)에서는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2017년 헌법에 따라 치러진 2019년 총선 후 5년간만 적용되며, 이 기간에는 군부가 임명하는 상원 250명이 총리선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상원의 임기는 2024년 5월 11일까지다.
총선 결과, 제1당 까우끌라이당을 포함한 8개 정당의 야권 연합세력의 의석수는 312석이며, 여권의 의석수는 188석이었다. 야권은 하원의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자신들이 지지하는 총리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상하 양원 회의에서 376석을 얻어야 한다. 친군부 여권은 군부 지명인사들로 채워진 상원 250석의 지지를 모두 받으면 하원 선거의 패배와 관계없이 소수파 정부를 구성할 수도 있다.
까우끌라이당은 지난 7월 13일 상·하원 합동 투표(1차 투표)에서 과반 동의를 얻지 못했으며 상원에서 겨우 13석의 지지를 끌어냈다. 투표가 끝나고 까우끌라이당은 상원의 총리선출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272조 개정동의안을 국회에 의안으로 부쳤다. 그러나 개정안이 국회 1차 독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양원의 절반 이상인 최소 376표의 지지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전체 250명의 상원 의원 중 최소 1/3의 표(84표)가 포함되어야 하므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러한 시도는 이날 투표에서 나타난 상원의 문제점을 여론화시키기 위한 정치공세로 보인다. 이와 함께 차라리 현재 총리선출권을 갖는 상원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까지 총리선출을 미루자는 주장도 나왔다.
군부 및 상원의 "억지"
헌법재판소는 같은 날 까우끌라이당 피타 림짜른랏(43) 대표의 의원 자격을 일시 정지시켰다. 태국은 이해 상충을 이유로 의원의 미디어 기업 지분 소유를 금지하는데, 피타 대표는 케이블방송사인 ITV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ITV는 2007년 정부와의 주파수 계약이 종료되면서 방송이 중단됐다. 이와 함께 헌재는 까우끌라이당이 추진하고 있는 형법 112조(일명 왕실모독죄) 개정을 입헌군주 체제를 전복하려는 시도로 위헌이라는 주장의 헌법소원을 심리하기로 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앞으로 정국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1차 투표에 이어 19일로 예정됐던 2차 투표에서 야권 연합은 총리 후보로 피타 후보를 재지명했으나 이번에는 투표 자체가 무산됐다. 이미 한번 거부된 동의안은 같은 회기 내에 재심의할 수 없다고 명시된 국회법 41조에 따라서 피타 대표의 총리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이런 결정에 대해서 까우끌라이당은 일반 동의안과 헌법에 따른 총리선출안은 그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피타 후보 재지명 불가 결정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옴부즈맨사무소를 통해 헌법재판소에 청원했다.
한편으로 2차례나 총리선출 시도를 했으나 실패한 까우끌라이당은 야권 연합내의 제2당인 프아타이당에게 총리선출권을 넘겨주었다. 프아타이당은 기존의 야권연대를 깨고 까우끌라이당과 협력하지 않는 대신 구여권과의 연정을 추진할 것임을 밝혀 까우끌라이당과 프아타이당 내 강경 세력 및 시민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게 됐다.
여권 정당들은 까우끌라이당이 제외된 프아타이당 주도의 연립정부 구성을 원하고 있으며 까우끌라이당은 2014년 쿠데타 주도 세력인 쁘라윳 짠오차(69)의 루엄타이쌍찻당과 쁘라윗 웡쑤완(78)의 팔랑프라차랏당과는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까우끌라이당은 프아타이당이 여권과 연정을 구성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것이 성사되면 친군부 여권 보수정당들에 정치적 주도권이 넘어가 정치개혁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프아타이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제2당에게 넘어간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