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들'의 씨네토크비장애인 감독, 시각장애인 방송인, 수어 통역사, 속기사 그리고 관객이 함께한 씨네토크
고나린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영화관, 이곳은 '제12회 서울 배리어프리영화제' 현장이다. 이번 영화제는 11월 9일부터 13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와 충무아트센터 소극장 블루에서 진행됐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장벽을 허무는) 영화는 화면을 설명하는 음성해설과 화자 및 대사, 소리 정보가 담긴 배리어프리 자막을 넣어 만든 영화이다. 시청각 장애인을 비롯해 어린이·노인·다문화 가정 등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아니라면 시각장애인은 같은 관람비를 내고도 인물의 대사로만, 청각장애인은 화면 속 움직임으로만 영화를 이해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현재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에서는 '가치봄 상영'이라는 이름으로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나 여전히 '배리어(barrier)'는 견고하다. 11월에 개봉한 국내 영화만 벌써 10편을 돌파했는데 11월 가치봄 상영 영화는 지난 9월에 개봉한 '정직한 후보 2', '인생은 아름다워' 단 2편에 불과하다.
상영 극장과 날짜도 제한적이다. 예컨대 11월 26일 토요일 '정직한 후보 2'를 보고 싶다면 전라도에 살고 있더라도 서울 CGV 피카디리 지점 혹은 충남 롯데시네마 아산터미널 지점에 찾아가야 한다. 오전 11시 반과 오전 10시, 단 한 번씩만 상영하니 늦었다가는 큰일이다. 시청각 장애인에게는 "저녁 때까지 시간이 남는데 극장에서 영화나 볼까?"라는 말이 그 무엇보다 어려운 말이다.
배리어프리 영화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사회적 기업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는 2011년부터 매년 서울 배리어프리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11월 12일, 영화제 현장에서 만난 김수정 대표이사는 "영화인들이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과정에 처음부터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배리어프리 영화에서는 인물의 대사와 화면 해설 음성이 겹치는 현상이 존재한다. 이때 대사의 음량을 줄일 것인지, 혹은 중요한 대사이니 화면 해설을 생략할 것인지 그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는 영화감독들을 대상으로 제작 교육을 진행하거나, 제작 과정에 함께하기도 한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는 '소리 찾기', '가을이 여름에게' 등을 감독과 함께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