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희훈
경제적폐세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던 3년 전까지만 해도 재벌개혁 하면 '협력업체' 갑질 근절, 일감 몰아주기 근절, 기술 탈취 근절, 소액주주권 강화 등으로 기업생태계 정상화가 주 내용이었다. 중소기업벤처부까지 생기고,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재벌개혁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헛꿈이었다. 3년하고도 3개월이 지난 현재, 이재용 부회장과 그 세력들의 법질서 문란이 극에 달하여,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다른 모든 개혁 과제가 무용지물이 되는 심각한 나락에 빠졌다. 돌이켜 보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자면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삼성물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재용은 삼성물산 주식이 없다. 그래서 에버랜드와 먼저 합병한 제일모직 주식을 가진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제일모직이 4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이익을 4조원 이상 분식하여 사기를 친 것이다. 연이어 제일모직과 이재용에게는 유리하고, 삼성물산에는 불리한 합병이 불법으로 이루어졌다.
2015년 5월부터 불과 수개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는 물론, 삼성물산에 투자한 국민연금도 수천억 손해를 보았다. 회계사기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법인의 회계사기는 해당 기업 주식투자자뿐만 아니라, 경쟁기업 주주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미국 같은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수십 년 징역형에 처한다. 삼성이 최서원(최순실)에게 준 100억 원 가까운 뇌물죄에 비해 훨씬 무겁다.
2018년에 삼바의 회계사기를 밝혀낸 것은 금융감독원이다. 그 뒤 금융위원회 내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거래위원회를 거쳐 회계사기임이 확정되고 검찰에 고발되었다. 검찰은 1년 8개월 수사하였고,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였으나 증거인멸 혐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장이 기각되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인 문무일이 만든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기소도 하지 말라고 권고하였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수사심의위원회 제도가 전·현직 대통령보다 더 강한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주는 처참한 일이 벌어졌다. 이를 빌미로 아직도 회계사기범 이재용은 구속은커녕 기소조차 안 되고 있다. 삼성 광고로 먹고사는 언론들은 '기소유예설'까지 퍼뜨리고 있다. 이게 나라인가?
이병철 삼성 창업자는 사카린 밀수로 재판에 넘겨진 후, 당시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해야 했다. 박정희 독재 시절의 법질서 수준으로라도 이재용은 감옥에 가고 삼성물산은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 회계사기는 밀수보다 더 중범죄다. 불법부패세습(불부세) 재벌총수에 대한 법의 위상이 법 전문가인 문재인 민주정부에서 박정희 독재시대에 비하여도 더 초라하다.
삼성그룹 2대 세습자 이건희 회장은 아들딸에게 어린 나이에 계열사 지분을 갖게 하려고, 에버랜드 전환사채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라는 파생금융상품까지 동원하였다. 이런 불법행위로 100억 원 이하 증여받은 돈을 불려 이재용은 지금 7~8조원을 가진 큰 부자가 되었다. 게다가 경영권까지 세습 받은 것이다. 전환사채는 무죄,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이건희 집행유예 5년으로 끝났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 사법부 수준은 여전히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수준 이하였다. 이들이 이건희를 엄벌하였다면 이재용으로의 불법 상속은 단절되었을 수도 있다. 이건희 가문의 사법부 장악력은 민주당 정부라고 다르지 않았다. 법치를 위해서는 사법부 개혁이 선결되어야 함을 깨닫게 한다.
2015년 세월호 참사 직후 이건희 회장이 쓰러졌다. 그 이후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여러 작업이 이루어졌고, 박근혜를 조종하는 최서원(최순실)에게 100억 가까운 '뇌물'을 주고, 촛불 혁명으로 세상에 그 뇌물수수의 실상이 드러났다. 그것만으로 1심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정형식 판사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이재용은 교도소에서 350여 일 만에 나왔다. 2018년 2월 초이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났다. 그 뒤에 삼바의 회계사기가 추가로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계속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이재용을 여러 번 만나고 투자를 요청하였다. 촛불정부의 위상이 추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