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칵테일 주. 묵자와 점자가 모두 표기됐다. 점자가 찍힌 위치, 방향은 한국 제품과 동일하다.
카타오카아야카
이쯤 되니 내 머릿속에 점점 더 강하게 떠오르는 의문점 하나. 점자를 왜 그 위치에 그 방향으로 찍고 있는 것일까. 캔을 반 바퀴 돌려 보았다. 글자가 뒤집어진다. 그러나 손으로 만지기는 훨씬 수월하다. 글자 방향만 반대로 찍어 준다면 곰 발바닥 같은 우리 아버지의 손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점자는 캔 음료 상단의 그 자리에 그 방향으로 찍어야 한다는 법적 규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모르긴 해도 아마 없을 것이다. 설사 그런 법 조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법은 개정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나로서는 점자를 찍으라고 하니까 별다른 고민 없이 덮어놓고 찍었나 보다 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왕지사 하는 것, 제대로 하면 좋겠다
시각장애인계에서는 지금처럼 단순히 '음료'라는 표기만으로는 시각장애인이 음료의 종류를 구별할 수 없다며, 점자 표기를 보다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탄산음료 중 '음료'가 아닌 '탄산'으로 표기한 제품도 본 적이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중에 점자를 읽을 수 있는 비율은 약 5.2%에 불과하며 이처럼 특별한 소수를 위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경제 논리를 내세우는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정확히 얼마의 비용이 추가되는지 알 길은 없지만, 점자를 찍는 방향을 바꾸든, 점자표기를 다양하게 늘리든, 모두 제조원가나 생산관리 비용이 얼마간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테니까. 다만 그저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경제적 논리를 앞세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장애인 인권이 어떻고 하는 거창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지금도 이왕지사 다수의 기업에서 비용과 수고를 들여 점자를 찍고 있는 거라면, 그 목적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점의 높이를 조절한다든지 점자 방향을 뒤집어 본다든지 하는 작은 시도를 거듭 쌓아 나갔으면 좋겠다.
엄청난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기계의 압력이나 위치를 조금만 손봐도 할 수 있는 일들. 우리 사회의 배려의 온도를 높이는 것은 이렇게 작은 관심과 사소한 실천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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