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 용지 옆 가건물. 동아리방 24시간 시범운영기간이지만, 학생들이 동아리방을 찾지 않아 화장실 불만 켜져 있다.
배민구
전남대 중앙동아리 학생들은 오래전부터 한 문제로 큰 불편함을 겪어왔다. 동아리방 사용시간 제한 때문이다. 현재 전남대에서 동아리방을 사용하는 80여 개의 중앙동아리들은 전남대 제1학생회관과 제2학생회관, 그 외 기타 건물들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제1학생회관의 동아리방들은 오후 10시 이후로 폐쇄된다. 기타 건물들의 동아리방들은 24시간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지만, 애로사항이 없는 건 아니다. 전기가 차단돼 형광등도 켜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전남대 학생은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 전력이 차단돼 화장실에 가기도 어렵다"라면서 "휴대전화 조명을 켜고 짐을 챙긴 적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월 25일, 전남대 학생들은 '동아리방24시간개방회'(아래 개방회)를 조직했다. 이 모임을 주도한 조승래(20)씨는 "입학 때부터 학생들의 자치 공간인 동아리방을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문제라고 생각했다"라면서 "학업의 연장이자 학생 문화의 한 축이며, 학생에게 중요한 경력이 되기도 하는 동아리 활동이 이런 식으로 제약받아선 안 된다라는 생각에 24시간 개방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개방회는 학생회관에 대자보를 게재하고, 전남대 동아리들의 대표기구인 총동아리연합회(아래 총동연)와 함께 대학본부에 동아리방 24시간 개방을 요구하는 등 활동을 전개했다.
"음주 금지 내규 때문"이라지만... 내규는 없었다 그러나 이들이 동아리방 24시간 개방에 대해 대학본부로부터 받은 첫 대답은 '거절'이었다. '동아리방을 24시간 개방했을시 교내 음주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사고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동아리방 24시간 개방을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또한 대학 본부는 "교내 음주를 금지한다는 전남대학교 내규도 있기 때문에, 동아리방 24시간 개방을 위해서는 교내 음주에 대한 안전 대책이 먼저 필요하다"라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대학본부의 거절 의사에 개방회·총동연 학생들은 '교내 음주 금지 내규'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 내규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음주 금지 내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남대는 2014년부터 학생들에게 '교내에서 술을 마시는 건 금지된 행위'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취재 결과, '교내 음주 금지'는 학칙이나 규정에 근거하지 않은 '권고'에 불과했다. 전남대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교내 음주를 금지하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학칙을 개정하고자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이 권고를 지난해까지 전남대 총동연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다. 그리고 동아리에 대한 징계권을 가진 총동연이 대학본부의 안전점검을 통해 술을 보관하다 적발된 동아리에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려왔다. 권고가 암묵적인 관습으로 굳어지며 실체없는 내규가 만들어진 셈이다. 총동연 간부는 "이전 총동연이 대학본부의 요구를 비판없이 수용하는 점은 문제"라면서 "올해 총동연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공약을 걸고 출마해 당선한 뒤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내규를 확인하지 못한 학생들은 "교내 음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 학생들의 자치권과 학습권을 무시하는 대학본부의 조치는 비민주적이다", "심지어 제2학생회관을 24시간 개방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어떤 음주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다", "교내음주를 금지하는 그 어떤 법이나 학칙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체 어떤 근거로 교내음주를 금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면서 대학본부를 비판했다.
또한 조승래씨는 "진정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다면 동아리방 사용 시간을 제한할 게 아니라 경비 인력 및 CCTV를 늘려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 대학본부의 행태는 책임을 지기 싫어 건물을 폐쇄하는 것으로 안전문제를 매듭짓는 면피성 행정 조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24시간 개방 시범운영하기로 했지만... 첫날 '불시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