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사진믿거나 말거나 영화 <설국열차>의 모델이 됐다는 비아레일 기차의 그 위용은 대단하다.
채상희
1년간의 밴쿠버 어학연수와 인턴십을 마친 나는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았던 돈과 아껴뒀던 용돈으로 무엇을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어떤 것을 해야 지난 1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내게 친구들은 말했다.
"무조건 여행이지!"여행을 떠나야 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럼 어디로 떠나야 할까? 열정이 가득한 쌈바가 떠오르는 남미, 많은 여행객들의 단골 코스인 유럽, 저렴한 물가로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남아시아 등. 여행하기 좋은 나라들이 셀 수 없이 많고, 각각의 메리트도 굉장하기에 행복한 고민이 나를 괴롭혔다.
한참 여행 관련 인터넷 서핑 중, 어떤 글 하나가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을 날려버렸다. 가장 극한의 추위에서 태양광의 반사에 의해 하늘에 피어나는 꽃, '오로라'에 대한 글이었다. 이거다 싶었다.
영하 30~40도의 '준북극' 처칠로 떠나다
내가 지난 1년간 생활한 드넓은 캐나다 땅에는 오로라로 유명한 지역이 세 곳이나 있었다. 옐로 나이프(Yellow knife), 유콘(Ukon) 그리고 처칠(Churchill)이라는 곳이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곳이 옐로 나이프인데, 이곳은 여행사를 통하면 365일 손쉽게 갈 수 있다. 매년 겨울 시즌 여행사 광고의 주력 항목이 바로 이곳이란다. 유콘 역시 밴쿠버에서 항공을 통해 비교적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오로라의 명소 중,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마지막 장소 '처칠'이었다. 이곳은 허드슨 베이 근처, 마니토바주의 최북단 근처에 위치해 준북극이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북극에 준한다는 곳답게 영하 30~40도의 살벌한 추위가 함께하는 곳이란다. 육로 교통수단은 기차뿐이다. 밴쿠버에서 기본 일주일은 걸리는 쉽지 않은 교통에 처칠과 연계된 여행사는 전혀 없다고 한다.
처칠은 겨우 400명 남짓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그 때문인지 내가 캐나다인 친구들에게 처칠에 대해 물었을 때, 다들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캐나다 사람들도 잘 모르는 작은 마을이지만, 1년에 250일 이상 오로라 관측이 가능하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처칠로 향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산더미였다. 실제로 처칠에 방문했던 한국여행객들이 많지 않기에 정보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여행 블로그 나와있는 단편적인 정보도 충분하지는 않았다. 숙소 예약도, 장비 구매도 온전히 여행자의 몫이었다.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 구글을 통해 영어 사이트를 번역하며, 나는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차'였다. 오로라 뿐 아니라 교통수단이 기차인 점 역시 크나큰 매력이었다. 총 12일간의 여행으로 그중 7일을 기차 안에서 보낸다는 점이 참 흥미롭다. 2015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다가올 2016을 준비할 시간으로는 충분할 것이라는 기대가 차올랐다. 지나온 연말들은 송년회 등의 빽빽한 만남과 술자리에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올해는 조금 더 뜻깊은 연말로 잘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와이파이도 없는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했던 걱정은 약간 있었다.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을 메신저도, 재미있는 콘텐츠들로 가득찬 SNS도, 매일 매일 새롭게 올라오는 웹툰도 이곳 기차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작은 스마트폰 액정 안의 세계에서 벗어나 창 밖의 실제 세상에 오랜만에 집중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