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판 '가난증명서'에는 경남보다 특별한 것이 있다

광명시 인재육성재단 장학금 신청 서류, 성적증명서 제출에 면접까지

등록 2015.03.30 17:47수정 2015.03.3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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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의무급식을 폐지하고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대안으로 내놓으면서 이른바 '가난증명서'라는 신조어가 나타났다.

이 연간 50만 원의 교육바우처를 받기 위한 제출서류는 부모의 소득/재산/부채/납세 증빙서류를 비롯하여 예금잔액과 임대차계약서 등 무려 20여 종에 달하는데, 고작 월 4만 원 남짓한 지원금을 받으려고 해당 관공서와 학교를 오가며 철저하게 가난을 입증하라는 것이다.

의무급식 폐지도 모자라, 예민한 성장기 아이들의 집안 사정을 만천하에 드러내라는 제도에 원성이 높다. 그러나 이 '가난증명서'는 경상남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상남도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신청서와 광명시 인재육성재단 장학생 신청서 제출서류 비교 정의당 김성현 경기도당위원장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자료.
경상남도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신청서와 광명시 인재육성재단 장학생 신청서 제출서류 비교정의당 김성현 경기도당위원장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자료.정해윤

정의당 김성현 경기도당위원장에 의하면 광명시 인재육성재단의 장학금 신청 서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명에서도 부모의 가난을 입증해야 함은 물론, '경남판 가난증명서'에는 없는 성적증명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게다가 이 학생들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면접까지 보도록 규정되어 있다.

김성현 위원장은 "경남 홍준표 지사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최고위원의 비판이 당연하며 잘못된 제도는 바로잡아야 한다"면서도, "광명시 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인 광명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인데, 집안단속부터 잘 해야 그 비판의 진정성이 느껴질 것"이라고 밝혔다.

광명시 인재육성재단에서 요구하는 장학생(고등학생)의 자격 요건 정의당 김성현 경기도당위원장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자료.
광명시 인재육성재단에서 요구하는 장학생(고등학생)의 자격 요건정의당 김성현 경기도당위원장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자료.정해윤

광명시 인재육성재단에서 요구하는 장학생(대학생)의 자격 요건 정의당 김성현 경기도당위원장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자료.
광명시 인재육성재단에서 요구하는 장학생(대학생)의 자격 요건정의당 김성현 경기도당위원장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자료.정해윤

광명시 인재육성재단의 장학생 종류별 평점 기준 정의당 김성현 경기도당위원장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자료.
광명시 인재육성재단의 장학생 종류별 평점 기준정의당 김성현 경기도당위원장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자료.정해윤

이에 따르면, 광명시 인재육성재단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복지사각지대'의 '저소득층 자녀'로 규정한 학생들 중 '전 과목 평균 4등급 또는 평점 70점 이상'인 학생들만이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가난한 가정환경을 각종 증빙서류를 통해 낱낱이 공개하고도, 성적에 따른 차등으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또 면접심사까지 거쳐야만 한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가정 형편을 확인한다며 '차 있는 집, 전세 월세 사는 집 손 들어 보라, 적어 내라'던 수치스러운 기억이 있다. 기성세대의 부끄러운 과거를 더듬어야만 나오던 옛 이야기, '가정환경조사서'는 '인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초라하던 시대와 함께 흘러가버린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 옛날 이야기는 2015년 경상남도에서 '가난증명서'라는 이름으로 부활했고, 경기도 광명시에서도 '장학생 선발'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침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구성원 간 네트워크의 실종을 드러내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 자녀를 위한 각종 복지시설과 교육기관이 연계되어 있다면 굳이 '가난을 입증하기 위한 20여 종의 증빙서류'를 요구할 일이 아니다. 청소년 시설 및 교육 시설의 주요 사용자가 곧 교육지원사업의 대상이 될 텐데, 20~30년 전 '가정환경조사서'를 기계적으로 작성하듯 '네 가난을 스스로 입증하라'고 상처받기 쉬운 민감한 성장기 아이들을 발가벗겨 심사대에 세울 필요가 없는 일이다.

이렇듯 학생들의 집안사정을 드러내지 않고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생색내기로 활용할 일이 아니라, 정말로 필요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할 수 있는 선발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
#정의당 #김성현 #광명시 #인재육성재단 #가난증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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