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에서 만난 횡진이주지리산 고원 흑돈 식당에서 황진이를 만났다.
오익재
(사)한국 사보협회(회장 김흥기)의 일행들은 지리산 고원 흑돈식당에서 황진이주를 마시고, 일행의 한사람이던 여행 작가 이강은 가요 황진이를 열창했다. 가요 황진이는 박현진이 작곡하고, 한솔이 작사했다. 리메이크 가수 박상철, 박선영이 먼저 불렀다. 어얼씨구 저절씨구 너를 안고 내가내가 돌아간다. 황진이 황진이 황진이.
남원에 황진이는 없지만 황진이를 닮은 듯한 여성은 많다. 황진이는 이미 가고 없다. 황진이도 그 맛에 반할 황진이주는 여전히 우리가 황진이를 그리며 살고 있음을 말해준다.
남원에서 만난 여성, 성춘향성춘향이 살던 월매의 집은 남원 광한루 옆이다. 광한루는 성춘향과 이몽룡이 만나던 곳이다. 춘향전의 작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당시 서민들의 공동 저작물로 추정된다. 판소리로 공연을 하면서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서민들의 꿈이 담겼으며 정교하게 다듬어졌을 것이다.
신분을 넘은 순수한 사랑은 당시 서민들의 꿈이었다. 백성을 전제적으로 지배하던 탐관오리를 통쾌하게 처벌하는 것도 당시 서민들이 꿈이었을 것이다.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정절을 지키려는 춘향의 모습은 사랑에 대한 믿음이다.
영국의 작가 셰익스피어가 1597년에 발표한 5막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원수 사이인 이탈리아의 명문(名門) 몬터규 가의 아들 로미오와 캐풀렛 가의 딸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이들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는 오페라,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져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이야기는 오늘 날에도 영화, 드라마로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영화에서 "남자가 예쁜 여자를 원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지아비 있는 부녀자를 탐해서야 쓰겠냐?"고 이몽룡이 변학도에게 핀잔을 주자 "일개 기녀가 정절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양반의 사회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변 사또는 당시 보수층의 입장을 대변한다. 이몽룡은 "그것이 오랜 세월 억압받아온 자들의 몸부림이라 생각되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춘향전은 조선시대에 판소리 <춘향가>로 널리 불렸으며, 지금도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도 20세기 들어 판소리를 바탕으로 여러 등장인물이 출연하고 국악 관현악의 반주가 곁들여지는 형태의 창극으로도 공연되고 있다.
<춘향전>은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등지에서 오페라, 뮤지컬, 가극, 만화, 신문소설 등으로 각색되기도 했다. 일본의 만화 창작 집단인 클램프는 1992년에 <신 춘향전>을 발표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설정 등은 원작을 따르지만 내용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악덕 양반 퇴치 모험물이다. 춘향은 무예에 능하고 활달한 성격의 여성이다. 원작에는 없던 사또의 아들도 등장한다. 전반적으로 판타지 소설 풍의 스토리 전개를 취하고 있으며, KBS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스펀지>에도 소개되었다.
<춘향전>은 베트남까지 전해져 전래되고 있다. 여주인공의 이름도 '春香'의 베트남식 발음(난 수엉 후엉)이고, 여기서는 몽룡이 춘향을 만나기 위해 여장을 한다. 1906년에는 <춘향전>이 대만에서 신문에 연재되었다. 춘향이 매를 맞고 죽어서 집으로 실려가는 중에 다시 살아나 다시 감옥에 갇힌다. 이맹협이라는 협객이 등장하여 춘향을 구출해서 이몽룡이 미국 유학에서 돌아올 때까지 보호한다.
홍종우 작가는 1892년에는 프랑스에서 <향기로운 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다. 여기서도 이몽룡이 춘향을 만나기 위해 여장을 한다. <TV 춘향전>은 월매가 춘향을 낳게 되는 스토리부터 춘향이 자살하고 노년의 이몽룡과 변학도가 춘향의 묘 앞에서 우연히 만나는 장면을 그렸다.
<단막극 춘향전>은 90년대 잘 나가던 하이틴 스타 이민우와 김희선을 주연으로 기용하여 만든 작품이다. 변학도는 주현씨가, 방자는 허준호씨가 맡았다. 전반적인 내용은 춘향가를 그대로 따라가지만 변학도나 방자 부분에서는 개그가 짙어진다. 90년대 중후반까지 KBS에서 가끔 명절 특집으로 방송해주곤 했다.
<쾌걸 춘향>은 2005년 KBS에서 방영한 월화 미니시리즈다. 1월 3일부터 3월 1일까지 방송되었다. 고전소설 <춘향전>을 현대식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래 16부작이었으나 17부작으로 연장 방영이 결정되었다. 마지막회에는 시청률 30%를 돌파했다.
<TV인생극장>에서 다룬 <춘향전>은 춘향이 변사또에게 수청을 들기로 한다. 이몽룡은 춘향을 만나기 위해 몰래 잠입하기 위해 '여장'한다. 변사또의 첩이 됐으니 잡혀가는 변사또를 따라가겠다고 하지만,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을 보고 놀라며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