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 한신실
둘째, 노인이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기존에는 이를 노인의 소득으로 간주하는 기간이 3년이었던 데 반해 개혁안은 전액 소진시까지 노인 본인의 재산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2014년 기준으로 노인 단독가구의 경우 매월 159만 원, 노인 부부가구의 경우 196만 원이 재산 가액에서 매월 차감된다.
만약 자식에게 증여한 재산이 6억 원일 때 기존에는 최대 3년까지만 노인 본인의 재산으로 인정해 소득으로 인정되고 3년이 초과된 시점부터는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혁안은 기초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최대 재산가액(2014년 기준) 3억168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매월 소득으로 환산된다. 차감된 재산이 0원이 될 때까지 대도시 단독거주 노인은 14.8년, 중소도시 16.9년, 농어촌 17.5년간 기초연금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이외에도 10년 미만 3000cc 이상 자동차, 회원권 가액 100%를 소득으로 인정하는 조치 등도 이 개혁안에 함께 포함돼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변화'목마'의 등장배경과 주요 약력을 살펴봤으니, 이젠 이것의 극중 역할이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탐색해 보자. 부유층 노인의 수급 자격을 제한하겠다는 것인데 무엇을 더 이해하고 탐색할 필요가 있겠느냐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사실 기초(노령)연금은 단순히 국가가 가난한 노인에게 용돈을 주는 제도가 아니다. 물론 제도 형식만 놓고 본다면, 종전 경로연금을 대체하는 성격이 없는 것은 아니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07년 국민연금 개혁에 따른 소득대체율 감소를 장기적으로 보완하려는 정책 목적도 명확하다.
이것이 소위 대체론과 보완론 논쟁이다. 즉, 전자는 기초노령연금이 공공부조제도의 일환이며 노인빈곤율 완화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후자는 2007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하락(60%→40%)에 따른 보상차원에서 도입됐기 때문에 기존 공공부조제도와의 어떠한 연계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자녀 명의의 증여재산을 노인의 현 소득으로 환산하거나 노인이 주거하는 자녀 명의의 재산에 무료임차 추정소득을 부과하는 등의 정부안은 이들 두 가지 관점 중 대체론에 집중된 것이라고 하겠다.
먼저 증여재산의 경우, 정부 개혁안에서 거론된 사례와 그 논리대로라면 현 기초노령연금 제도 아래서는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20만 원까지의 연금을 수급하기 위해 거액의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도덕적 해이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발생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도덕적 해이가 실제 어느 정도 규모로 발생하고 있는지 공식적인 추정치조차 없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하자면, 정부가 언급하는 고액 자산가의 '부적절한 수급'의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사회적 사실이거나 과장된 담론일 가능성이 크다.
우려스러운 것은 후자, 즉 동거자녀 주택가격에 따라 무료임차 추정소득을 부과하는 문제에 있다. 한국 사회복지제도의 발달사를 볼 때 가구 단위가 아닌 노인 개인(부부)의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조세를 조달하는 준보편적인 사회수당 성격의 기초노령연금은 한국 복지제도의 획기적인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대로 동거 자녀의 재산을 노인의 소득으로 환산하게 된다면, 사회수당 성격의 기초연금은 사실상의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공공부조제도로 공고화될 것이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이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의 놀라운 팀워크는 이 목마를 기초연금법 논의의 무대에서 전혀 보이지 않도록 했다. 반대로 말하면, 이는 야당이 범한 오류(실패)의 또 다른 측면이 되겠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의 연동이나 20만 원 지급 문제 등에 가려 조명조차 받아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수급신청자의 부양의무자(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즉 자녀와 사위·며느리 등 배우자)가 재산이나 근로 능력이 있으면 급여를 삭감하거나 수급 자격을 박탈 혹은 부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말한다.
비록 몇 차례 개정을 통해 완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은 광범위한 복지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지속적으로 폐지가 거론되고 있다. 실제 2012년 8월, 경남 거제의 한 노인은 사위의 소득이 기준 이상으로 발생하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격이 박탈됐고, 이에 실망한 노인은 유서를 쓴 후 거제시청 앞에서 음독자살했다. 이 사례를 일부 극단적 사례라고 치부하지 말자. 이는 여전히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복지의 암울한 기록 중 하나다.
기초연금은 노후소득보장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