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지난 18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묘소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민주당 천정배 의원, 정동영 의원, 손학규 상임고문, 정세균 의원이 묵념을 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세력의 관점에서도 민주당의 왜소하다. 현 민주당의 정통세력이라 할 수 있는 DJ세력이 온전하게 당에 인입되어 있지 않다. 또 다른 정통세력인 친노세력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일부는 아예 당을 새로 만들었고, 또 일부는 제3의 지대에 머물러 있다.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포괄했던 세력의 일부도 당 밖에 있다. 문국현을 위해 뛰었던 세력도 따로 움직이고 있다. 시민단체와의 연대도 취약하다. 따라서 민주당의 혁신과 통합노력은 당위의 차원이 아니라 생존의 차원이라 하겠다.
민주당이 만약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이 당은 존폐의 기로에 설 것이다. 지금이야 어떻게 해서든 대권, 즉 정권을 교체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 강하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소권, 즉 작은 기득권이라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득세하게 될 것이다. 대권파가 위축되거나 떠나고 소권파가 당을 장악한 그 당은 비유컨대 '자민련의 호남 버전' 또는 'DJ 없는 국민회의'에 다름 아니다. 노동당에게 밀려 끝내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영국 자유당의 신세가 되는 것이다.
10월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운명을 결정할 '향후 2년'의 향배를 결정하는 계기다. 분열과 담합을 선택하면 2012년 패배할 것이고, 통합과 혁신을 선택하면 승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통합·혁신과 분열·담합을 가르는 잣대는 무엇일까? 통합과 혁신의 흐름(trends)을 강화하고, 그 흐름을 담지하는 인물을 과연 선택하는지 여부다.
민주당은 호남에 근거하되 전국정당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의가 옅은 충청과 수도권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대중정당으로 발전해야 한다. 시민사회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사회적 약자와 경제적 열패자를 대변하고 보호해야 한다. 또 있다. 당의 노쇠화를 막고 젊은층에 소구할 수 있는 패션과 문화, 정책과 인물을 가져야 한다. 게다가 범야권의 통합이나 연대를 위해 다른 정당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다행히도 민주당 내에는 이런 인물이 아주 없지는 않다. 예컨대, 안희정이나 이인영 같은 이다.
원내 민주당이나 민주당의 보수블록과 달리 바닥의 민주당은 정권 탈환을 열망하고 있다. 당이 무엇보다 2012년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다. 당대표 적합도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전 대표가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권을 되찾기 위해선 세대교체와 젊은 정치, 충청과 수도권, 진보, 통합 등의 흐름도 필수요건이다.
이런 흐름은 지방선거를 통해 어느 정도 현실적 힘으로 정착됐다. 그들의 과제는 행정을 통한 변화다. 이 흐름의 다음 타깃은 정치다. 다행히 이 흐름을 상징하고 지향하는 인물이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다. 그의 선전, 나아가 당락은 민주당의 미래를 보여주는 '선행지표(a leading indicator)'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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