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대표(오른쪽)
남두현
후쿠오카 입국심사장에서 지문날인을 거부하고 돌아온 김영만 corea평화연대 대표가 그 경위를 쓴 글을 오마이뉴스에 올려 화제가 됐다. 김영만 대표가 지난 기사에서 못다 말한, 일본의 외국인 입국자 지문날인 제도와 현행 주민등록증제도의 문제점, 2010년부터 전면도입 예정인 전자여권 문제점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먼저 축하드립니다. 김주열추모사업회 회장님이시기도 한데, 새롭게 만든 김주열열사 기념조형물이 다들 잘 되었다고들 합니다."여러분들이 도와준 덕분입니다. 개인적으로 김주열열사의 친구로서 흉상이 초라해보여 안타까웠는데,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고 덜어낸 것 같아 기쁩니다."
- 선생님이 모처럼 일본여행을 가셔서, 입국심사장에서 지문 날인을 거부하고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오마이뉴스에서 뒤늦게 보았습니다. 간단하게 경위를 좀 말씀해 주시죠. "예, 아내의 환갑기념 여행이었습니다. 둘이서 오붓하게 갈 형편은 못되었고요, 유기농산물 유통업체인 (주)녹색세상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끼여 간 겁니다. 집사람이 생산자 자격으로 여행비 일부를 지원 받아 가게 된 것이지요. 3월27일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에 모여 후코오카행 여객선에 올랐지요. 일본여행은 처음이었습니다."
- 국가유공자시라는 말을 들었습니다."예, 2007년 2월 고엽제 판정을 받고 전상군경 국가유공자가 되었습니다. 언제 부터인지 제 별명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입니다. 오래전부터 검사라도 한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미련퉁이 짓을 하다가 더 이상 견디기가 어렵게 되어 혹시나 하고 보훈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더니 고엽제 환자로 판명되었습니다."
- 해병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일계급 특진에 화랑무공훈장도 받았다는 이야기도 사실입니까? "제대 할 당시 전쟁 중 입은 총상으로 전상 1, 2급 해당하는 후유증이 있었음에도 만기가 되었으니 제발 나를 그냥 제대시켜 달라고 통사정을 했습니다. 아무리 씻어도 내 몸에서 피 냄새와 화약 냄새를 지울 수가 없어 하루라도 빨리 군대 환자복을 벗어 던지고 전쟁의 기억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의병제대가 아니라 만기제대를 했습니다만 그런다고 나를 그냥 내보낸 당시 군행정이 지금과는 달리 매우 허술하고 무책임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국방부와 행자부의 관련문서에 제가 1967년부터 무공수훈자로 등록되어 있었음을 몇 년 전에 확인했습니다."
- 입국심사장에서 지문날인 거부 행동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될 것 같아 드린 질문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입국심사 때 지문 날인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후쿠오카로 출항한 후 뒤늦게 선상에서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갈등을 많이 느꼈겠습니다. "당연하지요. 눈 질끈 감고 그냥 들어갈 생각도 했습니다. 아내와의 환갑기념 여행이라는 좋은 핑계꺼리도 있고요. 근데 내가 일본의 외국인 입국자에게 강요하는 지문날인을 거부하지 못하고 지문을 찍었다면, 일본서 지문 찍고 온 내가 한국에 돌아와 지문날인 거부운동을 계속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은 속여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일이지요."
- 그러니까 선생님의 지문날인 거부는 일본의 부당한 제도에 대한 즉흥적 분노가 아니라, 일관된 신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저도 60년대 말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에 발급한 지문날인이 된 종이코팅 주민등록증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1996년 김영삼 정부시절, IC칩이 들어가는 스마트카드 형태의 주민등록증을 도입할려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주민등록증 제도의 심각성을 인식했습니다. 지역에서 여러분들과 같이 반대운동을 했습니다. 이후 90년대 말 개정된 주민등록법에 따라 현행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으로 교체될 때, 지문날인을 거부하고 새 주민등록증 발급을 받지 않았습니다."
- 그 당시 전국적으로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동참 한 것으로 아는데 그분들이 지금까지 현행 주문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잘 모르긴 해도 아마 많은 분들이 생활의 불편 때문에 뒤늦게 발급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저처럼 주민등록증이 없는 분들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일상생활하기가 많이 불편하지 않을까요? 금융거래를 하거나 시험 칠 때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요? "얼마 전 경남 김해시에서 구여권과 청소년증을 본인 확인 서류로 제출하고 여권을 갱신 발급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그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습니다만 처음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게 되는 세대들은 본인임을 간단하게 확인시킬 증명이 없어 엄청난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사업하시는 분들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금융사에서 융자 받을 때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제 개인의 경우를 말한다면 큰 불편은 느끼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운전 면허증, 여권과 같은 것으로 주민증을 대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권 발급신청도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아무 문제없거든요."
- 불편하지는 않았다 해도 주민등록증이 없어 불쾌한 경험은 없었습니까? "요즘 관공서에서는 행정전산망이 깔린 인터넷으로 업무를 보는데, 공무원들이 컴퓨터 화면을 보고 '어! 주민등록증이 없네요'하면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습니다. 국외로 나갈 때 공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서 '왜 없는지?' '지금 바로 신청하라'고 하면서 이상한 사람 취급할 때는 저도 황당합니다."
- 서로가 서로를 황당하게 보는 거겠군요. 그럴 때마다 어떻게 대응하십니까? "'걱정해 줘서 고맙지만 난 괜찮다'며 웃고 말지요."
- 우리나라의 주민등록 제도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제도라고 들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신분증은 있지만 우리의 주민등록 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우리는 마치 범죄자들이나 하는 열손가락 모두의 지문을 채취하고 주민등록번호 하나로 컴퓨터를 통해 혈액형, 결혼여부, 주소변동사항, 본적변경여부, 학력, 학과, 직업 등 무려 141가지나 되는 개인정보를 바로 확인해 볼 수 있답니다. 국가권력 앞에 국민들이 알몸으로 서 있는 꼴이지요. 무서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