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으로 덮힌 논과 골프장. 한 달쯤 전인가 인천시와 강화군이 석모도 염전부지 23만5000평에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객실 52실을 갖춘 콘도건립을 추진한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장정구
시속 58km다. 3초나 지났을까? 탁 트인 시야에 초록색 논이 들어왔다. 속도가 줄어드는가 싶더니 갈림길, 민머루 해수욕장 이정표를 따라 길에 접어들었다.
잠시 휴식을 위해 길옆으로 늘어선, 그러나 쓰러져가는 폐염전 건물로 목을 축이기 위해 들어서자 기계음이 들려왔다. 쉴 새 없이 오가는 트랙터 2대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 몇 남지 않은, 전국적으로 유명하여 항상 물량이 달렸다는 곳.
햇볕에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는다는 소금밭, 천일염전을 갈아엎고 있는 것이다. 한 달쯤 전인가 신문에서 인천시와 강화군이 석모도 염전부지에 골프장과 콘도건립사업을 추진한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낡은 건물 처마에 태양이 걸릴 무렵, 자전거를 즐기던 연인이 찾아들었다. 보문사에서 시작하여 해수욕장에 다녀오는 길이란다. 서울에서 왔다는 그들은 지척이라며 해수욕장 쪽을 바라봤다. 논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니 또다시 삼거리다. 이정표를 따라서 길을 잡고 나아가니 듬성듬성 있는 민박집에 온통 휴가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후 2시, 드디어 민머루 해수욕장이다. 너무 더워서 일단 그늘을 찾아 앉아보지만 여간해서는 시원해지질 않았다. 이쯤 되면 둘 다 짠물이니 바닷물과 땀이 별다르지 않음이 느껴진다.
민머루 해수욕장은 동해안 해수욕장처럼 모래찜질을 즐기는 곳이 아니라 갯벌이 발달하여 갯벌체험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장화를 신고 손에는 호미 들고 조개와 게를 잡기 위해 완전중무장이다.
땀으로 해수욕을 대신하고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보문사로 향했다. 장구 너머 포구를 지나 석모도 서쪽 해안길을 따라 자전거로 20여분을 가니 보문사 입구가 나왔다. 버스정류장 옆, 음식점을 찾아 도토리묵에 시원한 얼음의 강화인삼동동주로 허기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