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아울렛 화재 현장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가 발생하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국가'가 나타났다.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약속을 한다.
그때도 그랬다. 윤 대통령은 "국가적 차원의 과학적 감식을 통한 원인규명",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장치 대책 마련"이라는 국가의 역할의 언급했다.
이렇게 강조된 국가의 역할은 현재 어느정도 진행됐을까?
대전경찰청은 화재가 발생한 지 한달이 지난 지난 27일 관계자 1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입건된 이들은 현대아울렛 대전점 안전관리 담당자들과 방재·보안 시설 하청업체 관계자들이다. 지하의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화재 당시 지하의 스프링클러 등 방재시설 작동 여부, 대피 유도등과 대피로 등 안전 시설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사중'인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국가적 차원의 과학적 감식을 통한 원인규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앞뒤 안맞는 말
"법이나 제도나 이윤이나 다 좋지만, 사업주나 노동자나 상대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최소한의 배려는 서로 하면서 우리 사회가 굴러가야 하는 것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SPC그룹 계열사 SPL 평택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덧붙인 말이다. 노동계는 대통령의 이 말을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받아들이며 반발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입장을 밝힌 상태. 대통령의 말이 나오기 전인 지난 달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기획재정부가 보낸 중대재해법령 개정방안에 대한 노동부 입장' 문건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기재부는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를 발생시킨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노동부에 제안했다.
우선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현행법 처벌규정에 대해 기재부는 "고의 또는 반복적으로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만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거나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자고 했다. 형사처벌 대신 "경제벌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현장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의 결과물이다. 법으로 정해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비용의 문제로 치부해 마련하지 않는 기업, 그 기업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하자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 마련된 근거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7명이 사망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사건과 관련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소식은 현재까지 들리지 않는다. 현대백화점 고위 임원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이야기도 없다.
시민단체 생명안전시민넷은 "정치권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만 잠시 관심을 가질 뿐, 사람이 죽고 다치는 안전사고는 반복되고 구조적·근본적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법 모색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 결과, 대한민국은 국민 누구나 언제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후진적 위험사회'이며 고통은 국민의 개인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