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페이지 터에 걸려 있는 접근금지 푯말. 시민들은 캠프페이지라는 공간에 접근할 수도, 그 공간을 둘러싼 결정에 관여할 수도 없다.
피스모모
강원도 춘천시 평화로에는 반환된 옛 미군기지 터(아래 캠프페이지)가 있습니다. 1951년 한국전쟁 과정에서 건설된 춘천 캠프페이지는 2007년에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후 오염 정화를 거쳐 2013년 시민에게 개방됐습니다.
이후 2020년 5월 폐아스콘층과 폐유가 담긴 드럼통 30여 개가 발견됐습니다. 2021년에는 토양 오염 기준치를 20배 웃도는 오염물질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2021년 3월과 10월, 두 차례 토양 오염조사를 거쳐 발견된 오염 토양 약 4만 7800여 톤은 올해 3월에 반출해 정화할 예정이었지만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
캠프페이지 토양 오염 정화 작업이 착수되기도 전에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강원 춘천시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갑)은 지난 2021년 10월, 캠프페이지 내에 강원도 도청사를 신축 이전 건립하자고 춘천시에 공식 건의했습니다. 이는 캠프페이지 부지를 시민공원으로 조성하려 계획한 춘천시와 춘천시민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안이었습니다.
6년여 시민 의견 들어놓고, 반영은?
사실 춘천시민들은 캠프페이지의 용도를 놓고 여러 차례 의견을 모아왔습니다. 춘천시의 기록에 따르면, ▲2015년 10월 28일 ~ 11월 14일(1360명) ▲2016년 12월(3,300명) ▲2017년 11월 ~ 2018년 2월(176명)까지 서너 차례에 걸쳐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춘천시는 2018년 '캠프페이지 상상력 공모전'을 열고 시민들이 캠프페이지의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구상하도록 촉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설문을 통해 수렴된 시민들의 의견은 이내 번복되었습니다.
2016년부터 '춘천 K-WAVE', '시민복합문화공원', '미라클 페이지' '미세먼지차단숲' 등 춘천시는 여러 차례 캠프페이지 개발계획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최종 확정된 개발안인 일명 '미세먼지차단숲(춘천시 시민공원 수립 용역)' 계획은 2020년 5월, 부지 내 오염물질이 발견되며 멈추더니 앞서 언급한 도청사 신축 이전 제안으로 완전히 중단되었습니다.
춘천시는 2021년 12월, 춘천시민 2261명을 대상으로 하는 7일간의 설문을 근거로 제대로 된 공론화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강원도 도청사를 캠프페이지 부지에 건립하기로 최종결정했습니다. 도내 5개 시·군번영회와 춘천시 시민사회가 일방적인 도청사 이전 결정에 반대했지만, 강원도의회는 '강원도 신청사 건립기금 설치·운용 조례안'을 원안대로 의결하여 도청사 신축 건립의 기반을 빠르게 마련했습니다.
춘천시민들은 캠프페이지를 둘러싼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된 것입니다. 미군기지 반환 과정은 물론, 토양 오염 조사·정화 과정 역시 시민들에게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민간검증단을 통한 토양 오염 조사는 춘천시민들의 노력으로 이룬 예외적인 성과입니다.
그렇다면, 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캠프페이지 오염 정화·정화 비용 문제, 도청사 이전까지 여러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모두를 위한 결정은 어떤 모습이어야 했을까요.
템펠호프를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