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전용기 당선자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향후 의정활동 계획을 밝히고 있다.
남소연
'주정야상(晝政夜商)'
전용기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자의 총선 직전 일상은 이렇게 요약된다. 낮에는 정당인으로, 밤에는 대학 앞 식당에서 새벽 3~4시까지 자영업을 했다. 직접 조명을 사다 달고, 목재를 다듬어 인테리어도 직접 했다. 전기, 수도 공사도 마찬가지였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게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른바 '착한 임대인'도 만나지 못했다. "월세를 10%라도 깎아주시면 안되겠느냐"는 읍소에 "월세 3개월 밀리면 재계약 안 되는 거 아시죠"라는 답변이 왔다. 혼자 서빙부터 요리, 배달까지 하며 지켜온 가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도저히 운영할 여력이 안됐다. 결국 장사를 접었다.
전 당선자가 대학가 상권에 대한 코로나19 관련 세부 지원과 임대차 보호법 개정에 관심이 많은 이유다. 그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강 시즌인데 학교 앞에 사람이 없다. 방학 때 마이너스로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다시 제로 상태에서 반년을 버텨야 한다. 대학 상권을 특별 재난 구역으로 지원하는 등 세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91년생인 전 당선자는 류호정 정의당 당선자와 함께 유이한 20대 당선자다. "세대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다짐도 그래서 나왔다. '할 말은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2월 같은 당 설훈 최고위원의 세대 갈등 조장 발언 논란으로 홍역을 치를 때 공개 석상에서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낡은 정치는 청년을 더 옭아 맨다"고 말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관련 기사 : 설훈 앞에서 20대 대학생위원장 쓴소리 "낡은 정치 없어져야").
전 당선인은 2017년부터 민주당에서 정당 활동을 시작, 정치 경력은 그리 길지 않다. 그럼에도 민주당 비례대표 선출 당시 김홍걸 당선자 다음으로 많은 득표를 기록했다고 알려졌다. 청년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 당선자는 "내가 잘나서 된 게 아니다,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닮고 싶은 정치인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구)을 꼽았다. 그는 "어떻게든 청년 정치인을 비례든, 지역구든 들어가게 하려고 늘 고민하셨다"면서 "김 의원이 청년 정치를 위해 헌신했듯, 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래는 전 의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코로나19 때 대학상권 직접 경험... 세부 지원 필요"
- 직전 당직은 전국대학생위원장이었다. 정치를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입당 시기는 2017년 초다. 원래는 선생님을 꿈꿨다. 교직 이수를 하면서 교육 정책에 관심을 가졌는데, 2014년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학생회 활동을 시작했고, 하다 보니 총학생회장이 됐다. 2016년에는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 집회를 겪었고, 공동시국선언도 진행했다. 당 활동은 2017년 문재인 캠프 대학생 운동본부장으로 시작했다."
- 왜 민주당을 선택했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당이라고 생각했다."
- 어떤 점이 그런가?
"(일부 기성세대들은) 20대의 정치 성향을 좌우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옛날 같으면 정보의 불공정성 때문에 좌와 우로 나뉘어 몰려갔지만, 요즘 세대는 처음부터 디지털화된 정보를 습득한다. 이념보다는 합리적인 결정에 더 끌린다. 저 또한 그랬다."
- 보통 취업 준비를 하는 시기에 정당인 생활을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았나.
"가게 보증금 1000만 원, 오토바이 100만원. 이번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 내역이다. 정당생활을 하면서 취업을 못했다. 그때 딜레마에 빠졌다. 취업을 할까, 정치활동을 계속 할까. 그 때 친구가 제안했다. 자영업을 같이 하자고. 빚을 내 보증금 1000만 원을 만들었다. 돈이 없어 수도, 전기 공사까지 직접 다 했다. 직접 조명도 사와서 달고. 지난해부터 혼자 운영했다. '투잡'을 하다 보니 잠이 부족했다. 낮에는 정당 활동, 저녁엔 서빙과 요리, 배달을 했다. 보통 가게를 새벽 3~4시까지 했는데, 가끔은 테이블에서 잠들었다. 매출은 자꾸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