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타마 조선학교 교문 앞에 일본 시민들이 놓고 간 손소독제.
사이타마조선학교 제공
"일본 시민들로부터 격려 전화와 편지 30건 넘게 왔어"
- 사이타마시에서 마스크 배포 대상에 사이타마 조선학교 유치부를 제외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사이타마시가 조선학교를 학교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사실 우리 학교는 일본 교육기준법에 따르는 일반적인 공립학교는 아니다. 따라서 국가적인 재정 지원 자체가 없다. 또 일본 공립학교와는 다르게 독자적인 우리말 교육을 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정하는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이타마시에 있는 유치원들은 거의 다 마스크를 받았다. 다만 시가 관할하지 않은 국립유치원은 시 관할이 아니라면서 마스크를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
- 일부 시민들에게서 마스크와 소독액이 왔다고 사이타마조선초중급학교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이타마시에서 조선학교에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뉴스 보도를 듣고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여런 군데서 격려 전화와 편지가 왔다. 아침에 교문 앞에다가 마스크와 휴대용 티슈를 두고 간 시민들도 있었다. 잘 이용해 달라면서 소독액을 가져와준 시민들도 있었다. 물품은 6차례 가량 도착했고 격려 전화나 편지는 30건을 넘는다."
- 어떤 내용이 기억에 남나?
"(한 시민이) '나도 어린 아이를 키우는데, 위급한 상황에서 조선학교가 차별받는 게 가슴 아프다, 미안하다'면서 집에 비축해둔 마스크를 주기도 했다. 사이타마시에 분노하면서 함께 싸우자고 해준 일본 시민들도 있었다. 고맙게도 (많은 시민들로부터) 많은 마스크를 받았고 비축하고 있다, 지금은 휴교 중이라 아이들이 올 때까지 비축할 예정이다."
- 이렇게 격려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10년 전에 지방정부에서 조선학교에 대해 재정지원이 끊기는 사태가 있었는데 그때도 우리와 함께 싸우겠다는 일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때 이후로 재정지원이 끊기고 지금도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
- 사이타마 조선학교는 이번 마스크 배포 제외 사태를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로 간주하고 11일 사이타마 시청 안에서 재일조선인인권협의회와 함께 긴급항의행동을 벌였다. 어떤 일이 있었나?
"조선학교가 마스크 배포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가 뭐냐, 위급한 상황에서 관할의 차이가 왜 나오느냐, 면서 속히 시정하라고 했다. 우리는 단순히 마스크를 얻자고 항의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차별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 긴급항의행동 이후 사이타마시에서 마스크 지급 방침에 변화가 있었나?
"11일 긴급항의행동 이후 시 관계자와의 면담을 하고자 답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사람들이 함께 나서주고 있다. 일본 사회의 풍조를 뜯어고쳐야 하는 투쟁으로 보고 있다. 아이들의 생존권과 교육권을 지켜야 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보호자들과 함께 계속 항의를 할 예정이다. 사회적 여론을 환기해서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문제가 없도록 좋은 선례를 남기고자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도 마스크를 구하기가 힘들다. 행정 당국이 아이들에 대해 공평하게 취급해 위기 상황을 넘어서야지 여기서 조선학교만 제외하는 건 차별이다. 조선학교의 재정지원을 끊은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 이번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스크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아이들의 민족교육권을 지키는 투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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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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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교장 "일본시민들도 가슴 아프다며 마스크 보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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