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오전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조원 수백명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집권 초기 문재인 정부는 돈으로 노동자를 줄 세우는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고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노동시간 단축,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힘있게 추진했다.
달성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자유한국당 2022년까지 달성), 2017년 대선에서 모든 정당이 동의한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이나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낮은 임금과 더 큰 위험에 고통받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 밤낮없이 일하며 초과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노동의 근절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였다. 국민들도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8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내며 응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2년 차부터 노동정책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당초 계획에 비해 정규직 전환 범위가 축소되고 정규직과 차별해소도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빛이 바랬다. 노동시간 단축은 근로감독을 미루고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해 기업에 장시간 근로를 계속 용인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최저임금 또한 2년간 대폭 인상됐으나 산입범위 확대로 인상효과가 반감됐다.
2017년 말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위기론이 제기됐다. 저성장으로 인해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청년실업의 문제가 깊어졌다. 경영계와 보수야당 그리고 언론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조 전환을 요구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예상치 못한 정책의 피해계층이 발생하면 이를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생긴다면 이는 마땅히 정부가 보살펴야 한다. 그러나 정책을 보완한다고 제시한 내용들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한 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최저임금 인상의 보완책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여당은 최저임금 산정시 제외돼야 하는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해 실질적으로 저소득 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만들었다. 이는 스스로 제시한 정책을 부정하는, 자해에 가까운 모순적 정책이다. 노동자들의 배신감은 커져 갔다.
경찰과 소방공무원, 근로감독관 등 민생과 직결되는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며 성과를 내던 일자리 정책 역시 2018년을 거치며 궤도를 이탈했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모범 사용자로서 직접적 정책수단을 구사해 공공부문의 질 좋은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핵심 정책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전환 예외 사유가 너무 많았다. 집권 3년 차인 현재 민간위탁 부분은 전환 계획이 나오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자회사를 세운 뒤 여기에 비정규직을 우겨 넣어 노사갈등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자회사를 통해 고용된 노동자들은 원래 기관과의 상이한 임금체계와 보이지 않는 차별 그리고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IMF 이후 외주화한 요금수납원들을 파견 근로자로 불법 사용하다가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한국도로공사의 노사갈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정부와 기업이 투자해서 설립한 법인이 1000명의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현대자동차로부터 위탁받은 승용차를 생산하는 '광주형 일자리' 역시 초임 연봉 3500만 원의 양질의 일자리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제조업 완성차 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조정해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유도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노동권을 일정시기(35만 대 생산달성시까지)까지 제약하는 것이다.
청년과 비정규직 대표를 다시금 들러리로... 사회적 대화?